독일·영국 잇달아 진출…홍콩·상하이 제치고 낙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글로벌 거래소가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에너지ㆍ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삼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아시아 파생상품 시장 허브를 둘러싼 경쟁에서 홍콩과 상하이를 앞질렀다.
싱가포르거래소(SGX) 앞 거리. 사진=블룸버그
독일증권거래소는 최근 자회사로 에너지거래소인 EEX를 통해 싱가포르 클리어트레이드거래소 지분의 52%를 사들였다. 클리어트레이드는 2010년에 설립된 원자재 파생상품 거래소다. 앞서 영국 국제상품선물거래소(ICE)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상업거래소(SMX)를 인도 상품거래업체인 파이낸셜테크놀로지스로부터 1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SMX는 2010년 거래를 시작해, 금ㆍ은ㆍ원자재ㆍ통화 등의 선물ㆍ옵션 거래를 중개한다. ICE는 2012년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기업인 NYSE유로넥스트를 인수한 글로벌 거래소다. 또 도쿄상업거래소는 싱가포르에 장외스와프거래소를 일본 거래소 긴가와 함께 설립할 계획이다. 긴가는 원유ㆍ나프타ㆍ석탄ㆍ액화석유가스(LPG) 등의 거래를 중개한다.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거래소들이 아시아지역 파생상품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증권거래소와 영국 ICE, 미국의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모두 싱가포르를 아시아 시장의 영업본부로 활용해 왔다. 독일증권거래소와 ICE가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 싱가포르 거래소를 사들인 것은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려는 포석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시장을 차지하려는 업계에 관문 역할을 해왔고 최근 거래소 분야의 움직임도 이런 흐름의 하나"라고 영국 거래소 관련 기술업체 피데사의 스티브 그롭 전략 담당 이사가 말했다. ICE는 SMX를 인수함으로써 새로 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해 인가를 받는 데 들었을 2년 가까운 시일을 절약했다. CME와의 경쟁에서 시기적으로 앞서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자금력이 막강한 독일과 영국의 참여로 홍콩ㆍ상하이와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대형 거래소는 더 많은 자금과 힘을 동원해 실적을 내지 못하는 이들 거래소를 지원할 수 있다"고 빌 헤더 싱가포르 선물산업협회 회장이 말했다. 독일증권거래소와 ICE가 넘어야 할 관문은 아직까지 아시아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수수료 수입으로 채산성을 맞출 만큼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싱가포르거래소(SGX)는 최근 3년 전 런던금속거래소(LME)와 제휴해 내놓은 금속 선물 거래ㆍ청산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며 접을지 모른다고 시사했다. 아시아에 국한된 여건은 아니지만 제도적인 측면은 우호적이다. 주요 20개국(G20)은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담에서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청산 기능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장외파생상품 청산소는 이전까지 금융회사 사이에 이뤄졌던 거래를 중간에서 수행한다. 기존에는 금융회사들이 직접 장외파생상품을 매매했고, 이로 인해 한 곳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금융회사로 전이되며 금융권 전체의 부실이 커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피츠버그 G20 정상회담 합의 이후 주요 국가에서 청산소 제도를 만들고 이 역할을 할 거래소를 인가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에 장외파생상품거래 청산업 인가를 내줬다. ICE가 SMX를 통해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는 미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에너지와 원자재, 위안화 관련 상품을 예상한다. 한편 LME를 인수한 홍콩증권거래소도 위안화 표시 파생상품 시장에 야심을 품고 있다. 상하이도 경쟁자로 떠오른다. 상하이 선물 중개회사들은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원유 선물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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