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진기자
박혜정기자
크리스토프 웨버 다케다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블룸버그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박혜정 기자]일본의 대표적인 제약회사 다케다(武田)약품이 최근 '파란 눈의 외국인'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프랑스 연수 후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경력을 쌓은 크리스토프 웨버가 주인공이다. 웨버는 내년 여름 회장으로 취임하는 하세가와 야스치카(長谷川閑史)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는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인사가 일본 제약시장 개방에 따라 해외 무대로 진출하려는 일본 제약사들의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세가와 CEO는 "일본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돼 뒤처지고 있다"면서 "국제화 이외에는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일본의 제약회사들은 엔화 강세를 등에 업고 외국의 경쟁사들을 인수해 왔다. 다케다약품이 대표적이다. 2011년 독일의 대형 제약회사 니코메드의 지분 100%를 1조엔(약 14조8000억원)에 인수해 일본 제약업계의 인수ㆍ합병(M&A) 최고가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2008년에는 미국의 항암 전문회사 밀레니언을 88억달러(약 9조4300억원)에 사들였다. 다이치산교(第一三共)는 2008년 인도 최대 제약회사 란박시 래버러토리즈의 지분 50.1%를 4900억엔(약 5조6570억원)에 취득했다. 일본 제약업계는 한국을 아시아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일본 복제약(제네릭) 1위 제약사 니치이코(日醫工)는 지난 10월 국내 바이오기업 바이넥스를 약 230억원에 인수했다. 니치이코는 앞서 지난 2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 에이포젠에 투자해 45%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한국을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생산기지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코칸도그룹은 제주도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겠다며 국내 사업단과 협약을 맺었다. 코칸도그룹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200억원을 투입해 의약품 생산라인과 연구기반 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2011년에는 글로벌 제약그룹 동아쏘시오그룹(당시 동아제약)과 손잡고 바이오시밀러 공동 개발에 뛰어들었다. 메이지세이카파는 당시 519억원을 동아쏘시오그룹에 투자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인하와 다국적 제약사의 잇딴 진출로 일본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일본 제약사들이 수십년 전부터 진출 전략을 짰고 최근 하나 둘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