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강국' 뛰는 리더들] <38> 김성수 젠한국 회장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겉모습만 그럴싸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제 스스로 허락하지 않습니다. 늘 최상의 품질을 선보이기 위해 매출의 15%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2일 도곡동 본사에서 만난 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자신을 '도자기 엔지니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접시ㆍ그릇 하나하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직접 제품 시연을 마다치 않는 김 회장을 보면 그가 개발자 출신이 아닌 창업주 집안 출신이라는 것을 쉽게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고 김종호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4남인 그는 1973년 한국도자기 연구실장으로 합류, 현재까지 40년간 '도자기 외길'을 걸어온 도자기업계의 산증인이다. 값비싼 '본차이나'를 국산화시키고 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초강자기 '슈퍼스트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역이 바로 김 회장이다.
젠한국이 10년도 되지 않아 국내 도자기 3강 대열에 합류한 것도 이같은 '개발자' 정신 덕분이었다. 10년간 한국도자기 대표로 재직하던 그는 2004년 젠한국을 세우며 독립했고, 뛰어난 품질력을 바탕으로 도자기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2005회계연도 당시 7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 2012년 회계연도 17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해외 수출액까지 포함한 매출액은 730억원에 달한다. 젠한국의 품질력은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노리다케, 미국의 레녹스ㆍ미카사, 영국의 막스앤스펜서ㆍ로열덜튼 등 40여개 명품 브랜드가 젠한국의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향후 내수를 강화해 수출액과 자체 브랜드 매출액과의 비중을 현재 8대 2에서 5대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영국 디자이너 레이첼 바커와 협업해 '메도우 플라워'ㆍ'잉글리시 가든' 등 고급 도자기 제품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향후 자체 그릇 브랜드를 강화할 방침이다. 2011년 출시된 젠한국의 레이첼 바커 시리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미미했으나 입소문을 타면서 신세계백화점 내 레이첼 바커 브랜드 단독 매장을 낼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는 세라믹 내열냄비 '젠쿡'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내수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젠쿡은 수분 흡수율이 없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뚜껑부터 몸체까지 도자기로 만들어진 친환경제품이다. 도자기 밀폐용기 '젠앤락'의 마케팅도 강화한다. 현재 국내 밀폐용기 시장은 플라스틱ㆍ유리 소재 제품이 선점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시장 트렌드를 도자기로 바꿔간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시장을 바꾸는 것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자기 밀폐용기의 재구매율이 높아 조만간 높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의 산증인인 김 회장은 최근 도자기 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답으로 '기술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 진입한 도자기 업체들이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품질력을 향상시키고, 도자기 시장 자체가 확대되어야 업계 모두가 공생할 것"이라며 "업체들이 이전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으로 신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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