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퍼가 드라이브 샷을 한 뒤 OB인지를 의심하고 있다.
'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 규칙을 몰라 실격 당하는 선수가 꽤 있다. 우리말로는 '잠정구'다. 말 그대로 잠정적으로 치는 공이다. 골프는 하나의 공만을 사용한다. 한 홀에서 두 개의 공으로 플레이하면 당연히 규칙 위반이다. 잠정구는 원구가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날아가거나 분실구가 염려될 경우에 한해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미리 치는 예비구다(A ball played if the previously played ball is thought to be lost or out of bounds). 원구가 워터해저드로 날아갔다고 해서 잠정구를 칠 수는 없다. 잠정구는 공을 찾으러 나가기 전에 쳐야 한다. 원구를 찾다가 못 찾아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수고와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잠정구를 치기 전에는 동반자에게 반드시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영어로는 "I'll hit a provisional" 또는 "I'm going to play a provisional ball"이다. "숲속으로 날아가 한 번 더 치겠다"나 "OB 같으니 한 번 더 도전하겠다", "이거 임시타(temporary shot)" 등의 표현은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가 아니다. '멀리건을 받고 싶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잠정구를 쳤는데 원구가 인 바운드(in bound)면 원구로 플레이하면 된다. 물론 원구를 5분 안에 찾지 못하거나 원구가 OB로 확인됐다면 잠정구가 '인플레이 볼'이 된다.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 표시 없이 그냥 치면 원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해 잠정구가 곧바로 인플레이가 된다. 원구는 곧바로 '볼 데드(ball dead)', 즉 무효볼이라는 이야기다. 1993년 박남신이 미국에서 열린 골프 국가대항전 월드컵에서 '잠정구를 치겠다'고 하지 않고, 드라이브 샷을 한 번 더 했다가 원구를 찾자 다시 원구로 플레이했다. 동반자는 그러나 "잠정구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박남신은 원구로 친 스코어를 제출해 결국 실격당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김수아는 2004년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드라이브 한 공이 바위를 때려 사라지자 2분간 수색하다가 돌아가서 다시 쳤다. 하지만 동반플레이어가 원구를 찾아줬고, 이 공으로 플레이하다 실격됐다. 공을 찾다가 본래 쳤던 곳으로 되돌아가 잠정구를 치는 순간 원구는 분실구다. '오구(誤球) 플레이'를 한 셈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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