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과 박근혜 대통령 속도 조절로 법무부서 수정안 만들고 있어-올해 안에 수정안 나와도 국무회의 거쳐 국회 통과까지 긴 시간 필요-재계·정치권 "사실상 올해 정기국회 처리 물 건너간 것 아니냐"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19대 국회 경제민주화 핵심공약인 '상법개정안'이 깜깜무소식이다. 지난 7월 입법예고된 상법개정안은 재계의 반발과 박근혜 대통령의 속도 조절 지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법무부는 올해 안에 수정안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여야 간에 이견이 커 국회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상법개정안은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꽃'으로 불린다. 대주주의 손발을 묶어 주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행임원제 ▲집중투표제 간접적 의무화 ▲소액주주를 위한 전자투표제 일부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7월17일 이러한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상법개정안은 재계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상법 개정안을 도입할 경우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가 특히 반발했던 부분은 '3%룰'이다. 상법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뽑을 때 처음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의결권도 3%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분리 선출안 통과로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기대했던 것이다. 반면 재계는 외국계 펀드나 경쟁기업들이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해 지분을 분산하고 규합하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들은 경영권 확보가 취약해지면 방어를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상법 개정안을 언급하는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은 10대그룹 총수와의 오찬에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며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현재 법무부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2차 공청회까지 실시한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정부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상법에 대해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취지로 재계의 안을 받아들여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상법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려면 법무부가 일단 수정안을 내야 하고 이 수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법무부는 두 달째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들과 몇 차례 실무협의를 갖고 수정방향을 논의하고 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최대한 빨리 수정안을 낸다 해도 국회 통과는 더 큰 '과제'다. 상법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치열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상법 개정안의 수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는 이미 당·정·청(黨政靑) 비공개 실무급 회동을 갖고 상법 개정안 수위를 낮추거나 시행시기를 조절하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당은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의 수정안이 나와도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국회 상임위에서도 여야 이견이 커서 통과에 시간이 걸릴 텐데 올해 정기국회 처리는 물 건너간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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