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회의 한달째 안 열고 '정치이슈 논평' 총리에 일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정치적 회피인가 합리적 역할 분담인가. 취임 8개월을 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와 거리두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정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반적인 내치는 총리에게 맡긴 대통령은 논쟁의 중심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신 박 대통령은 야구장과 문화 공연장에 그리고 공식행사의 연단과 외빈 접견장에만 존재한다.28일 박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마다 열려온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마지막으로 열린 이 회의는 벌써 한 달째 휴무 상태다. 대신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다. 대한민국의 경제ㆍ외교안보ㆍ고용복지ㆍ미래전략ㆍ교육문화 등 각 분야를 진두지휘하는 수석비서관들은 이제 김 비서실장에게 현안을 보고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수석비서관을 향한 '깨알' 지시는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다.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 시구자로 나온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전날 운동복을 입고 프로야구 시구자로 등장했고, 곧이어 '문화융성의 우리 맛, 우리 멋 아리랑 공연'에 참석해 아리랑을 불렀다. 이런 모습을 연출한 다음 날 정례 참모회의를 열지 않은 건 곱씹어 볼 만한 행보다. 회의를 주재하고도 정치 이슈에 침묵한다면 야권의 주장을 묵살한다는 비판이 나올 테니 아예 '발언 기회'를 갖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이에 대해 청와대는 "회의는 열리지 않지만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을 것이고 11월2일부터 시작되는 서유럽 순방 준비에도 바쁜 상황"이라며 현안을 챙기지 않는 게 아니란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최소한 '전장(戰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계속되는 야권의 정치공세에 맞서기 위한 박 대통령의 새 국정운영 전략임은 분명해 보인다.청와대 회의가 한 달째 열리지 않음에 따라 자연스레 박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뿐 아니라 공약후퇴 논란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식적 무대응'도 길어지고 있다.이런 변화 속 김 비서실장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김 비서실장은 이후 있은 주요 공직자 인사 때마다 그 영향력이 거론돼 왔다. 27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김 비서실장 측근인사'란 분석이 지배적이며, 김 실장과 함께 청와대에 합류한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도 김 실장의 의중이 실린 '연관 검색어'다. 아울러 대통령을 대신해 정 총리가 28일 국정원 이슈 등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는 야권을 향해 박 대통령이 보내는 최후의 '거절 통보'로 해석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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