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만여명, 예산 29.4000억엔 주무르 일본 여성공무원 중 현직 최고위, 두번째 여성 차관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무라키 아츠코(57.사진 아래)는 일본에서 많은 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그는 여성이 취업하기 힘들다는 일본 관료사회에서 35년을 보냈다. 그녀는 부서에서 차를 타서 나르는 일부터 시작해 차관직에 오른 인물이다. 현직 최고위 여성 공무원이자 일본에서 두번째 나온 여성 차관이다. 그녀는 또한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표방하는 여성인력 정책을 상징이기도 하다. 무라키 차관은 성차별과 부정부패 혐의도 견뎌내고 고위직에 올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무라키 아츠코 일본 노동후생성 차관
3만여명의 공무원과 29조4000억엔(미화 3000억달러)의 예산을 주무르는 무라키 아츠코 차관은 최근 도쿄 집무실에서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평생 직장을 갖기 위해 공무원이 됐다고 털어놨다. 무라키 차관은 “저는 평생직전을 원했죠.차별받지 않고 결혼한다거나 애가 있다고 해서 억지로 나가지 않는 직장을 구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지요. 그래서 공무원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죠”라고 회고했다.일본의 4개 섬 중 가장 작은 코치현 태생인 무라키 차관은 학교에서는 말이 없는 학생이었다. 코치현 대학을 졸업하고 78년 노동후생성의 전신인 노동성에 입사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기업이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처음에는 면접기회도 얻지 못했다. 그녀는 대학 은사에게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해 겨우 면접을 봤다. 그렇게 해서 800명의 채용자 중 뽑힌 22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뎠다.그러나 그녀가 입사하고 처음 한 일은 20~30명의 부서원들을 위해 차를 타서 나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35년이 지난 올해 7월 노동후생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녀는 1997년 마츠바라 노부코 차관이후 일본에서 두번째 여성 차관이었다. 성차별과 부정부패 혐의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결과였다.그녀는 처음 차를 나르라는 명령을 받고 매일 아침 직원 책상에 찻잔을 하나 하나 날랐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 상사에게 다른 직무를 달라고 졸랐다. 학창시절 옆자리 앉은 학생에셔 몇 달간 말도 붙이지 못 할 정도로 수줍음을 탄 그녀와는 딴판이었다. 그의 상사는 그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덕분에 그녀는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는데 대부분 여성과 장애인 기회 증진을 위한 것과 관련된 직무를 맡았다.무라키 차관은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부서장들은 여성 신입사원은 받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10년 전에는 유능한 여성이 무능한 남성보다 낫다고 했지만 이제는 유능한 사람이면 좋다고 할 만큼 사회가 바뀌었다”고 말했다.공무원 무라키는 승진과정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남들처럼 “다 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항상 묻고 배우는 자세를 보였다. 일본 관료사회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면모였다.승진과정에서 고생도 무지 무지 많이 했다. 두 아이의 엄마였지만 ‘일찍’ 퇴근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무라키 차관은 “일찍이라고 하는 것은 밤 10시다”면서 “남자 직원들이 밤 늦게까지 일하는데 어떻게 가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의 자녀들은 어머니 얼굴을 모른채 자랐다.인생의 고비는 노동성 국장으로 있던 2009년 부패혐의로 체포됐을 때였다. 장애자 우편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녀는 5개월간 구금돼 있는 동안 150권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사카 지방법원이 2010년 9월 ‘장애자 우편 제도 악용 사건’과 관련해 증거조작을 이유로 무라키 국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려 그녀는 석방됐다. 그녀는 3770만엔의 보상금을 받았고 담당 검사는 구속됐다. 그녀는 복직 후 노동후생성 차관으로 승진했다. 전화위복이었다.그동안 그녀에게는 행운도 많이 따랐다. 공무원 생활 내내 공무원인 남편이 충실하게 외조를 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살았다"며 별다른 자랑을 하지 않았고 자식들도 "어머니는 나름대로 사랑했다"며 서운함을 감추고 있다.이제 남은 것은 일본 정부가 바라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정부는 그녀를 정책의 상징으로 삼고 싶어 한다. 아베 정부는 여성 인력을 조직 지도부의 30%는 채우고 싶어 한다. 현실은 이를 크게 밑도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아 그녀의 부담은 이만 저만 크지 않다. 공무원 중 여성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각료 중 여성은 두 명에 불과하고 차관 25명 중 여성은 넷에 그치고 있다.그렇지만 무라키 차관은 35년의 공직 생활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일반인이 감히 생각도 못하는 ‘내공’을 길러놨을 것이라고 일본 사람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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