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스토리 인물史]당 왕조의 반역자 안녹산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안녹산(安祿山, 703-757)은 당 현종 시대의 무장으로 화려한 성당(盛唐) 시대를 기울게 만든 안사의 난의 주역이다. 7년에 걸친 내란으로 개원성세는 막을 내렸고 당 왕조는 궁중암투와 변경의 혼란 속에 붕괴돼 갔다. 안녹산은 외국인 혼혈인 잡호 출신이다. 아버지 안연언은 이란계 소그드족 출신이고, 어머니는 터키족 돌궐계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가 일찍 죽어 어머니가 돌궐족 장군과 재혼해 계부 밑에서 성장하였다. 그는 이민족답게 6개 국어에 능통하였고, 영주에서 호시아랑을 거쳐 30대에 유주절도사 장수규의 측근이 되어 두각을 나타냈다. 742년 평로절도사로 발탁되어 중앙정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당 왕조는 거란ㆍ말갈 등 동북지방의 이민족 침입을 막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따라 변경 방어를 담당한 절도사의 발언권이 급속도로 커졌고 황제의 각별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는 744년 범양절도사, 751년 하동절도사를 겸임함으로서 당 군사력의 1/3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민족 출신인 안녹산이 막강한 세력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재상인 이임보의 용인술과 관련이 깊다. 황제의 인척으로서 장기집권해온 이임보는 군대를 지휘하는 절도사 자리에 귀족이나 능력 있는 관리를 임명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들이 군사력을 배경으로 중앙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 되는 것을 극력 피하였다. 안녹산 같은 외국인 혼혈이야말로 중앙정계나 귀족사회에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신흥세력이기에 딱 적임자가 아닐 수 없다. 안녹산은 해ㆍ거란을 격파하는 무공을 세워 746년 장안에 입성하였다. 현종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양귀비의 자매들과 의형제를 맺고 자식이 없는 양귀비의 양자가 된다. 경국의 미녀와 추남의 기이하고 우스꽝스런 모자관계가 시작되었다. 양씨 일족과 이임보 등 유력 관리의 후원 하에 안녹산의 권세는 더욱 커져갔다. 748년 양귀비의 언니가 각각 한국부인, 진국부인, 괵국부인으로 봉해지고 친척인 양국충이 현종의 측근으로 부상하였다. 왕조 몰락의 징후인 전형적인 외척 세력의 발호가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일설에 의하면 안녹산 생일에 양귀비는 안녹산을 비단으로 만든 큰 강보에 싸고 비단으로 장식한 가마에 싣고 궁녀들이 가마를 둘러매게 했다. 궁녀들의 폭소가 이어지자 현종이 이유를 물으니 양귀비는 아기 안녹산을 목욕시키는 중이라고 답했다. 현종이 목욕비로 거액을 하사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752년 양국충은 드디어 재상자리에 올라섰다. 현종의 측근 환관 고역사는 이임보조차도 사양할 정도의 실세였지만 그런 고역사조차도 양귀비가 행차할 때에는 말 재갈을 잡고 공손하게 채찍을 들었다니 양씨 세도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있다. 권력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법. 양국충은 방대한 군사력을 가진 안녹산이 눈엣가시였다. 끊임없이 안녹산의 흠을 들추어내는 데 혈안이 되었다. 이임보 타도에는 힘을 합쳤지만 포스트 이임보 자리를 노려온 그에게 양국충은 타도의 대상이었다. 당 조정의 옥죄임이 심해지자 안녹산은 755년 하북지방에서 거병했다. "어양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며 들려온다"고 백거이의 장한가는 난을 묘사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천자를 돕고 나라를 편안하게 할 천재일우의 때이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현종은 '안녹산을 미워하는 자가 꾸민 짓'이라며 반신반의하였고 조정은 '안녹산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그의 실력을 얕보았다. 봉상청을 앞세운 낙양 방어가 실패하자 당은 고선지 등을 장안 외곽인 동관에 배치하여 수도방어를 도모했지만 자중지란으로 괴멸하였다. 낙양 함락 후 안녹산은 국호를 연으로 하여 융무황제로 즉위하였다. 현종은 장안을 탈출하고 장안 외곽 마외에서 양귀비, 양국충은 죽임을 당한다. 제위에 오른지 1년 만에 안녹산은 자식에게 살해당하고 비극적 삶을 마감한다. 안사의 난은 7년 만에 평정된다. 부귀와 영화를 쫓아 권모술수와 투쟁으로 점철된 그의 삶은 인간성 상실의 드라마다. 안녹산의 난은 총애 받는 신하에서 졸지에 역적으로 내몰린 한 정치인의 예정된 수순이었을까?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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