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에 맞춰 가을감성이 묻어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왠지 옆구리가 시리고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해서일까? 특히 사랑, 우정 등을 다룬 소설이나 에세이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가을하면 감성이 돋아나는 작품이 잘 어울리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이 너무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식상함에서 벗어나 독특한 이야기 속 여행을 해보고 싶다면 여기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 3편을 만나보자.1.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주인공 ‘해리’는 PD가 되어 만든 드라마가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내고, 범죄재연프로그램의 무명배우로 살아가며 ‘을’이 되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살인사건 용의자가 나타나고, 그가 20여 년 전 자신과 운명을 바꾼 소년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속에 진행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2차원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와 현실을 번갈아가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교묘한 퍼즐과 같이 풀릴 듯 말듯 배열되어 큰 흥미를 이끌어낸다. 실재와 복제된 현실, 주체와 재현된 주체 사이에서 형성되는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탐색은 이 소설을 단순한 스릴러나 미스터리로 전락하지 않게 만드는 격조를 부여한다.2. 밤의 여행자들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 직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녀가 이번에 향한 곳은 사막의 싱크홀 ‘무이’다. 요나는 뜻하지 않게 여행지에서 고립되며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작가 윤고은은 어딘지 불미스럽게 재난과 여행을 한데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작품이기도 한 『밤의 여행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더욱더 놀랍고 독특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경험케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독자들이라면 단언컨대, 진한 감동과 전율의 소용돌이에서 한동안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3. 나비잠
나비잠의 사전적 뜻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으로 이야기의 주된 내용인 사십대 남자의 악몽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반어는 종종 직언보다 더 효과적으로 발화자의 의도를 전달한다. ‘나비잠’이 빚어내고 있는 이 아이러니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기 전에 ‘나비’와 ‘잠’을 따로 떼어 읽어볼 수도 있겠다. 세계를 자신의 시각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면 그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아직은 고치 속에서 잠자고 있는 유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갓난아이의 잠이니까 무조건 깊고 달콤하리라는 짐작에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태어나서 한동안은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올 때 겪은 고통과 공포를 기억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나비잠’은 이 소설을 아직 잠들어 있는지도 모를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읽게 하고 틀의 바깥으로 날아오르고 싶게 만든다.문소정 기자 moons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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