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정책을 추진하는 전담기구가 탄생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3월에 예산 10억원을 들여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로 '한복진흥센터'를 설립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이 기구는 한복에 대한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 상품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정보ㆍ기술ㆍ교육ㆍ컨설팅 지원을 맡는다. '한복 진흥에 관한 법률'도 제정해 한복진흥센터를 법정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오는 17일 한복의 날 행사도 한복 패션쇼와 한복 발전 방안 세미나 등 예년보다 큰 규모로 열린다. 전통 의상인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산업 및 문화로서의 가치를 찾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갑자기 전담기구와 관련 법을 만들고 행사도 크게 여는 것을 보면서 전시성 이벤트화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마련된 정부 차원의 한복 진흥 계획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사랑' 코드 맞추기에서 벗어나 성과를 거두려면 목표와 전략이 뚜렷해야 한다. 먼저 대중화냐 고급화냐의 방향성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한복의 세계화, 대중화, 고급화, 산업화 등 정책 방향이 뒤섞이면 자칫 예산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 명절과 잔치는 물론 파티 등 행사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한복을 입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하는 데서 시작해 점차 평상복화하도록 이끄는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려면 저렴하고 질 좋은, 현대 감각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의 기성한복이 선보여야 한다. 한복을 신(新)한류의 주역으로 삼자는 세계화 추진에 앞서 불편하고 고리타분하다는 그릇된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이태 전 한 호텔에선 '부피가 커서 위험한 옷으로 트레이닝복과 함께 입고 들어갈 수 없는 옷'이라며 한복 착용 손님의 출입을 막은 적이 있다. 한복진흥기구와 사업, 정부 지원이 몇몇 인사의 전유물에 그쳐선 안 된다. 한복진흥센터장은 전통의상을 고집하는 기존 업계와 개량한복의 대중화를 꾀하는 측을 아우르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나친 관 주도와 정치적 색채 개입도 경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의지가 깃든 한식 세계화 사업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순수한 문화사업 차원에서 장기 계획 아래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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