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의 좋은시선]타격감 잃은 넥센, 스몰볼 잊어라

장기영[사진=정재훈 기자]

한 점차 승부만 네 차례. 결국 시리즈는 5차전으로 넘어갔다. 넥센과 두산의 준 플레이오프다. 홈에서 모두 2연승씩을 거뒀다. 끝장 승부의 무게중심은 어느 쪽으로 쏠릴까.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단은 없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온전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야구는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이 최우선이다. 분위기를 타는 팀이 이기게 돼 있다. 양 팀은 모두 천당과 지옥을 한 번씩 오고갔다. 그 과정은 조금 답답했다. 타격이 강한 팀들 간의 맞대결에도 스몰볼이 거듭됐다. 한 점을 내는데도 무척 어려워했다.그렇다고 마운드가 강했을까. 넥센은 1, 2차전을 챙겼지만 마무리 손승락이 블론을 남겼다. 두산 역시 1점차 승부에서 지키는 야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렀다. 물론 3, 4차전은 달랐다. 경기 후반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승리를 챙겼다.두 구단이 갈증을 호소하는 건 마운드보다 타선이다. 정규시즌 막판 체력 소진에 포스트시즌에 대한 긴장이 더해져 타격 페이스가 곤두박질쳤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감각을 끌어올릴 기회도 적었다. 한 점차 승부가 거듭되다 보니 희생번트에 기대어 한 점을 내는 야구가 연일 반복됐다. 적잖은 주축타자들은 지키는 야구 탓에 7회부터 더그아웃을 지키기도 했다. 자연스레 경기 후반이나 연장에서 안타는 많이 나올 수 없었다. 두 팀 모두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주된 원인이다.메이저리그 통계에서 무사 1루 상황에서의 희생번트는 강공보다 높은 득점 확률을 보였다. 하지만 그 차이는 2%에 불과했다. 실제로 두산은 3차전을 강공으로 잡았다. 연장 14회 무사 1루에서 홍성흔의 우전안타로 무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고, 이원석이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서동욱[사진=정재훈 기자]

감독의 믿음과 과감한 공격 지시는 선수의 의식을 전환시킬 수 있다. 넥센으로 눈을 돌려보자. 선수단은 3차전 연장 11회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무사 1루에서 상대 구원 윤명준의 실책으로 순식간에 무사 3루를 맞았다. 그러나 넥센은 점수를 뽑지 못했다. 서건창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후속 장기영마저 볼카운트 2-2에서 푸시번트를 하다 삼진을 당했다.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번트는 벤치의 작전이 아닌 타자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상당한 중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스몰볼을 택하고 말았다.짜내는 야구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과감한 공격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수를 갖고 있다. 정규시즌 팀 홈런 1위의 넥센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의 흥행은 실패에 가깝다. 네 경기 가운데 만원관중이 한 경기뿐이었다. 변명의 여지는 있다. 1차전이 열린 목동구장엔 비가 쏟아졌다. 날씨도 쌀쌀했다. 4차전이 벌어진 12일엔 프로농구가 개막했다. 브라질과의 축구대표팀 경기도 열렸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잦은 실책과 실망스런 득점력이었다. 포스트시즌 흥행에 분명 찬물을 끼얹는 요소였다. 타자는 창의적인 타격을 해야 발전한다. 타석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를 의식한 면피용 타격이나 작전에만 의지한다면 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의 넥센과 두산처럼 말이다. 프로야구의 일반적인 타격 틀을 깨는 팀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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