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계 오너십의 위기, 이번엔 효성

검찰이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과 일부 경영진의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어제 밝혔다. 분식회계에 의한 법인세 탈루, 차명재산과 비자금 운용을 통한 소득세 탈루 등의 혐의다. 효성그룹은 회사의 부실 정리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들이 문제가 됐으나 탈세 의도는 없었고 사적인 용도로 회사자금을 사용한 적도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세무사찰을 통해 탈세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법망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계 서열 24위인 효성그룹의 총수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은 착잡한 느낌을 갖게 한다. 조 회장은 효성가의 2세로 수십 년간 효성그룹을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대기업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재계 원로 중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탈세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으니 효성그룹뿐 아니라 재계 전체의 대국민 신뢰도가 또 다시 추락하게 됐다. 그렇잖아도 최근들어 재계는 오너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 상위권에 포진한 여러 그룹의 총수들이 탈세ㆍ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잇달아 재판을 받고 구속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열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열 9위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배임죄 등에 대해 일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려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서열 12위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과 LIG그룹의 구자원 회장도 각각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내외 여건이 안 좋은 경제 상황에서 대기업이 할 일은 많고 역할은 막중하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한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비중을 따져볼 때 그것은 곧 어려운 경제를 다시 세우는 단초다. 이처럼 비상한 상황에서 대표적 기업의 총수들이 잇따라 법정에 서거나 수사받는 현실은 안타깝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와 사법당국의 경제범죄 처벌의지가 강화되는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고 새로운 기업경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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