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스토리]박동혁 부사장의 '非靑非白'

20여일만에 사의 표명하며 복잡한 심경 드러내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승미 기자]"非靑非白 亦無畏 非衣非座 亦無畏(비청비백 역무외 비의비좌 역무외)" STX조선해양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3주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며 남긴 말이다. 박 부사장은 27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자성어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푸른 것도 흰 것도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제가 입을 옷도, 앉을 자리도 아니다." 불교경전에 나오는 '비청비백 역비흑'(非靑非白 亦非黑)에서 따온 것으로 보여진다. 그의 사퇴배경을 두고 설이 나돌면서 곤란해진 자신의 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채권단이 강덕수 회장을 퇴진시키고 새 대표로 앉히려던 박 부사장이 취임을 코앞에 두고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물러나자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 부사장이 STX조선의 새로운 선장 자리를 맡아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너 강 회장의 강제 퇴진으로 STX조선 내부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외부 출신 박 부사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도하기엔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26일 "어려운 STX조선을 살리고 한국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자리를 받아들였지만 점차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STX조선 새 대표로 내정됐을 당시 STX정상화 작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불과 20여일 만에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그는 지난 4일 대표이사 내정 직후 가진 본지와의 첫 인터뷰에서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하겠다"면서 "STX조선의 최대 고민거리인 중국 다롄 조선소 매각을 서두르겠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자신감은 STX조선의 내부 반발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STX 그룹은 "채권단의 결정은 월권행위"라고 반발했고, STX조선해양 노동조합도 "외부인사 선임은 생산 현장 혼란만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친정인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박 부사장이 경쟁사인 STX 조선해양의 대표 이사로 간다면 이는 기술 유출"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 탓에 박 부사장은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박 부사장의 사퇴로 산업은행은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관계가 껄끄러운 강 회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성급하게 박 부사장을 내정했다가 더욱 꼬이게 됐다"고 지적했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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