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건전한 재정과 경기 방어. 정부의 2014년도 예산안은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좇고 있다. 정부는 내년 세입 전망이 올해만큼이나 어둡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재정의 경기 방어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전략적 재정운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예산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정건전성도 크게 훼손하지 않도록 전략적 재정 운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무추진비와 여비 등을 줄여 공무원의 허리띠부터 졸라매겠다고도 약속했다. 앞서 나온 세법개정안을 통해 그간 세금을 물리지 않았던 공무원의 해외 근무수당에 소득세를 물리기로 한 것도 '자린고비 예산' 편성의 일환이다. 마른 행주도 다시 짜겠다는 얘기다. 이런 각오로 편성한 예산이지만, 대선 당시 약속한 각종 복지 정책은 무거운 짐이 됐다. 정부는 내년도 357조7000억원의 총지출 가운데 30%인 105조9000억원을 고용 포함 복지 예산으로 쓰기로 했다. 복지 예산이 100조원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정부는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사상 최고 수준인 25조9000억원으로 점치고 있다. 경기 방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올해도 적자 규모는 이미 2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세수 결손분이 급증하면서 국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대상수지는 상반기에만 46조2000억원 적자였다. 전년동기보다 16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12~201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목표로 삼았던 연간 관리대상수지 관리계획(-4조7000억원)은 실현 불가능할 게 뻔하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하는 약 10조원의 세수결손분까지 고려하면 올해 순국가채무 증가액은 34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나랏빚이 누적돼 내년도 국가채무 총액은 51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국가채무가 443조1000억원이었으니 2년만에 나랏빚이 72조원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규모도 내년에는 36.5%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위기와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 속에도 짱짱하게 버틸 수 있었던 재정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경계감이 고개를 든다. 물론 경제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다. 내년도 예산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5%로 올해보다 2% 포인트 가량 늘어나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인 108.8(2012년 기준) 보다는 크게 낮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GDP 대비 1.8% 적자를 보인 관리재정수지를 오는 2017년에는 0.4% 적자폭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하지만 경기 둔화 속 자린고비 예산만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다.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기로 한 기초노령연금의 사례처럼 각종 복지 정책의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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