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매매(HFT) 2초만 먼저 통계 받아도 큰 차익 챙길 수 있어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톰슨로이터가 추가 정보이용료를 내는 고객에게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를 미리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4월이다. 톰슨로이터에 다니던 마크 로젠블룸이 폭로하면서다. 로젠블룸은 이 사실을 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제보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당했다며 톰슨로이터를 맨해튼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뉴욕 검찰은 지난 7월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톰슨로이터는 ‘시간차 지표 제공’ 서비스를 중단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톰슨로이터가 판매한 정보의 시간 차이가 2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뉴욕 증권시장이 개장 중인 오전 10시에 발표된다. 톰슨로이터는 단말기를 구독하는 고객들에게는 오전 9시55분에 지수를 배포했다. 월 6000달러를 내는 고객들에게는 지수를 이보다 2초 앞선 9시54분58초에 제공했다. ◆HFT에게 2초는 긴 시간= 지수를 미리 받는다고 한들 고작 그 짧은 2초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투자회사가 구사하는 초단타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HFT는 컴퓨터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1초에 많으면 수천 번 거래하는 방식이다. HFT 투자회사는 밀리세컨드, 즉 1000분의 1초 단위로 투자를 수행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갖춘다. 또 컴퓨터가 남보다 빨리 기회를 포착해 경쟁자보다 앞서 치고 빠지게끔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눈깜짝할 사이에 투자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HFT 투자회사들은 경제지표를 먼저 입수하기 위해서도 경주를 벌인다. HFT 투자회사는 대개 자사 컴퓨터 서버를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연방정부 기관의 서버와 가까운 곳에 둔다. 정보 전달 속도를 밀리세컨드 단위라도 좁히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의 청사가 몰린 워싱턴의 K스트리트에는 HFT 서버 관리업이 성업 중이다. HFT 투자회사들이 짧은 시차를 두고 먼저 제공받은 지표를 활용한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은 금융시장의 거래량과 양상이다. CNN머니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되기 직전 주식시장 거래량이 20배로 증가했다가 그 이후 평소 거래량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15일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되기 직전 많은 종목에 걸쳐 대량의 주식 공매도 포지션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공매도 대상이 된 주식 대다수가 지수 발표 후 5분 동안 하락하며 트레이더들에게 차익을 안겨줬다. ◆발표전 지표 수요 증가= 수요가 생겨나면 시장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HFT 투자가 확산되면서 경제지표를 1초라도 먼저 입수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자 민간에서 집계하는 지수가 ‘발표 전 시장’에 속속 나왔다. 톰슨로이터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도 유료 고객들에게 5~10초 미리 알려주고 있다.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는 시카고 지역 경제활동 지표인 ‘시카고 비즈니스 바로미터’를 공식 발표 전에 미리 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HFT 투자회사에 미리 경제지표를 알려주는 산업의 시장 규모가 올해 7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데이터시장 산업은 250억달러로 추산된다. 백악관 변호사 출신인 리처드 페인터는 WSJ에 “돈을 더 내는 사람에게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미국 법률 시스템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HFT 투자자들은 법률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경제지표를 경쟁자보다 먼저 손에 넣기 위해 정보기술(IT)적인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일부 IP 주소들이 공식적인 지표 발표 속도를 늦추면서 자신들의 접속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EIA가 발표하는 석유, 천연가스, 전력 관련 통계를 남보다 앞서 입수하기 위해서였다. EIA는 이들 IP 주소를 차단했다고 CNBC가 전했다. 경제지표를 놓고 벌이는 HFT 투자회사의 경쟁이 이처럼 첨단 정보전이 되고 있다. IT 기술을 동원한 정보전은 통계를 발표하는 정부기관을 공략하는 쪽으로도 펼쳐지고 있다.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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