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달력만 보면 한숨만 나왔어요. 남들은 명절이 길어서 좋다고 하는데 저는 가슴이 답답해져오더라고요. 이번에는 문제없이 조용히 흘러갈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야 할 지… 길고 긴 명절이 정말 두려워요."(결혼 3년차 주부 김모씨, 33세)주부 김씨 뿐만 아니라 주부들이 즐겨찾는 카페나 인기 사이트에는 명절에 대한 걱정 글로 게시판이 가득 찬다. 명절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는 사연부터 소화가 안 된다는 글까지,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명절만 되면 나타나는 '명절 화병' 때문. 화병은 특별한 외상이 없어 방치하기 쉬운데 자칫 잘못하다간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이대목동병원에 따르면 여성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정도를 측정한 결과, 85%가 화병을 앓고 있었다. 화병이 만병의 근원인 것. 임원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화병은 주로 감정표현을 못하고 지내다가 감정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며 "예전에는 나이가 들거나 심신이 약해진 중년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점차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명절이 되면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화병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기 때문에 빨리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12가지 자가진단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자가진단 목록은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거나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난다 ▲두통 ▲소화 불량 ▲쉽게 숨이 찬다 ▲화가 나면 얼굴과 온 몸에 열이 오른다 ▲가슴 두근거림 ▲의욕 저하 ▲명치끝이 딱딱하게 느껴진다 ▲혓바늘 ▲아랫배가 따가움 ▲목 안이 꽉 찬 느낌 등의 증상을 담고 있다. 보통 이 중 2~3가지 이상 해당되면 화병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한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화병은 무조건 참는 것을 미덕으로 보는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신체를 단련시키고 적당한 취미생활을 갖는 등 화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화병으로 의심될 때는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화병은 성인지의학 관점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남성과 신체적 차이 뿐만 아니라 생리적, 해부학적으로도 달라 여성의 화병을 치료하려면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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