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생활가전 집합소 한복판에 전시관 오픈밀레 맞은편 자리 입성, 전세계 상위 1%잡기 정면승부
[런던(영국)=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영국 최고의 부호들이 살고 있는 브롬튼로드에 길게 늘어선 해러즈백화점. 영국의 3대 백화점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백화점 주변 도로는 이 곳을 찾은 슈퍼카들로 가득하다. 길가에 아무렇지 않게 주차된 롤스로이스 팬텀은 두바이 번호판이다. 해러즈백화점을 찾은 중동의 부호가 자신의 전용기에 롤스로이스 팬텀을 통째로 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1849년에 문을 열고 두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며 유럽 최고의 백화점이 된 해러즈백화점은 전세계 내노라하는 명품들만 입점할 수 있는 곳이다. 3일(현지시간) 해러즈백화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전시관을 오픈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거래선, 해러즈백화점측에서 초청한 영국과 중동의 부호들이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해러즈백화점을 찾았다. 백화점 입점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특별한 행사냐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해러즈백화점이 철저하게 상위 1%를 겨냥한 명품만을 지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달라진다. 유럽 최고의 명품 가전 업체 밀레 매장 바로 건너편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생활가전 전시관은 전 세계 명품과 겨루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초기지가 됐다. 삼성전자의 해러즈백화점 입성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좀처럼 유럽 이외의 전자업체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던 해러즈백화점에서 지멘스가 철수하며 그 자리를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해러즈백화점측에서 자리를 내주겠다고 해도 제품 브랜드력이 부족해 사양해야 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생활가전 제품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삼성전자 브랜드의 힘이 새로 꾸민 해러즈백화점 전시장에서 묻어난다. 해러즈백화점의 명성에 걸맞게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삼성전자는 영국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켈리 호펜에게 내부 인테리어를 맡겼다. 켈리 호펜은 지난 2009년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명품 가전제품을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원했고 켈리 호펜은 이를 위해 타일 하나까지 정성스럽게 골라가며 해러즈백화점의 삼성전자 전시관을 꾸몄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은 "생활가전 글로벌 1위 목표 위상에 걸맞게 소비자와 만나는 공간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헤러즈백화점을 선택했다"면서 "이번 브랜드 전시관은 유럽 소비자를 사로잡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해러즈백화점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유럽, 중동 부호들과의 네트워크 때문이다. 해러즈백화점은 총 12만명의 전 세계 상위 1% 들에게 매월 특별한 잡지를 선물한다. 잡지에는 해러즈백화점에 입점한 업체와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소개가 실린다. 해러즈백화점에 입성한 것만으로 12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부호들에게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특히 해러즈백화점은 중동의 부호들이 자주 찾아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전시관 오픈과 함께 영국 및 유럽 소비자들을 위한 전략 제품인 'T9000' 냉장고와 에코버블 세탁기, 두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듀얼쿡 오븐, 스톰워시 식기세척기, 전 세계 시장에 동시 출시한 진공청소기 모션싱크 등을 선보였다. 유럽 명품 가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수년부터 공을 들여온 프리미엄 제품들이다.
전시관 오픈 행사에는 요리경연 프로그램 '마스타쉐프' 우승자이자 배우인 리사 폴크너가 사회를 맡았다. 이와 함께 '삼성 클럽드쉐프'의 대표 쉐프인 미쉘 트로와그로가 삼성전자 제품을 활용해 미슐렝가이드 3스타 조리과정을 공개하며 특별한 요리를 선보였다. 미쉘은 서양 3대 진미로 불리는 트뤼프(송로버섯)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행사에 참석한 VIP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마이클 워드 헤러즈백화점 최고경영자(CEO)는 "켈리 호펜과 삼성전자가 연출한 전시공간은 삼성 제품만큼 멋지고 혁신적"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가전 브랜드인 삼성과 함께 펼칠 소비자 체험 마케팅의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런던(영국)=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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