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으로 뜨거운 기대를 모은 '관상'이 2일 오후 베일을 벗었다. 두 시간 이상의 상영에도 불구, 극이 내포하고 있는 힘은 대단했다.'관상'은 왕의 자리가 위태로운 조선,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영화는 기생 연홍(김혜수 분)이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내경(송강호 분)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내경의 심상치 않은 능력을 단숨에 알아본 연홍은 그를 유혹해 한양으로 인도한다. 아들 진형(이종석 분)은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벼슬에 오르기 위해 몰래 한양으로 향하고, 내경과 팽헌 역시 뒤따라 한양에 입성한다. 이들은 탁월한 관상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고 김종서의 눈에 들어 궁에도 입성한다. 나라를 손에 넣으려는 야심에 사로잡힌 수양대군은 내경을 강하게 견제한다. 결국 내경은 왕을 만나게 되고 역적모의를 할 가능성이 있는 신하들을 색출하라는 어명을 받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내경의 뜻대로 술술 풀리지는 않는다.영화에서 가장 빛난 것은 캐릭터들과 함께 공간감의 변화였다. 이는 감독이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내경의 입궁 전까지는 색감을 절제시키고 입궁한 후에는 궁의 화려함과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위압감을 통해 그가 속한 공간을 대비시킨 것.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 빼고는 다 가봤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전국 방방곡곡 로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국내의 아름다운 절경을 담았다.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이나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대나무숲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충분했다.한재림 감독은 사극에 도전하면서 장소와 소품, 의상 모든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경북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 촬영한 수양의 연회장은 거대한 스케일과 현실감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소품과 의상 또한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김혜수의 섹시한 매력이 돋보였던 시스루 저고리는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한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원색적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색의 절제를 통해 세련되면서도 잔잔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김혜수 역시 "새로운 시도가 즐거웠다"며 영화 속 의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볼거리 또한 풍부하다. 특히 초반에 송강호와 조정석이 보여주는 백숙 먹방(먹는 방송)과 코믹한 춤사위는 관객들이 배꼽을 쥐게 한다. 두 사람이 연홍의 방에 숨어 기생들의 국부 관상을 엿보는 장면은 남성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했다.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관상을 보지만 자식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지닌 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김혜수는 비록 기생이지만 천박하지 않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한껏 빛냈으며 본인의 말처럼 '관객을 극으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이정재는 역적 수양대군의 눈빛부터 발걸음, 웃음소리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며 '실제 역적의 관상 같다'는 평까지 이끌어 낼 정도. 내경의 따뜻한 처남 팽헌 역의 조정석과 아들 진형으로 분한 이종석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선배들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백윤식 또한 조선 최고의 권력자이자 당당함과 기품을 갖춘 김종서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관상'은 사극 특유의 화려함과 웅장함, 탄탄하고 빠른 스토리 전개, 가슴 떨리는 긴장감까지 갖추며 흥행을 예감케 했다. 대단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의 향연은 극을 풍성하게 만들며 관객들의 눈을 호강하게 한다. 역사를 심하게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추구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크게 웃고 진하게 울 수 있는 영화. 상영 시간이 조금 긴 것이 흠이다. 러닝타임 139분. 개봉은 오는 11일.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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