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대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와 KTX 2대가 부딪치는 3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충격은 여전하다. 사고는 상행선 무궁화호가 대구역에 서지 않고 통과하던 같은 서울행 KTX의 옆을 들이받는 바람에 일어났다. 당시 3개 열차에는 모두 13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역 구내인 만큼 세 열차가 다 저속으로 운행 중이어서 다행히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사고 과정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코레일은 무궁화호 기관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KTX가 완전히 역 구내를 빠져나가기 전에 급출발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관제실과 여객전무 어느 누구도 '멈춤 통보'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2차 충돌은 1차 추돌 이후 대구역으로 진입하던 하행선 KTX에 사고 소식이 바로 전달됐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신호 혼선, 관제실의 부실 통제, 허술한 사고 연락 체계 등 안전 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다. 코레일의 지도부 공백, 노사 갈등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코레일 사장은 정부의 압력 논란으로 공모가 늦어지면서 석달여간 공백 상태다. 그 와중에 노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대립 중이다. 코레일이 승무원과 역무원의 순환전보를 추진하자 노조가 반발하면서 지난 7월24일부터 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 코레일은 정상 근무자를 대신해 여객전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대체 근무자로 땜질 투입해 왔다. 노와 사가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힘겨루기를 하는 꼴이다. 땜질 대체 근무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 언제 또 인재로 인한 사고가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코레일은 빈번한 KTX의 사고를 계기로 2012년까지 철도의 안전을 항공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바로 두 달여 전에는 '휴먼 안전센터'를 설립해 인적 오류의 원인을 규명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등 인재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구역 사고를 보면 다 헛말로 들린다.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임기응변 처방이 아니라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노사 갈등을 접고 근무기강 확립, 신호체계 관리 등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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