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서 기껏 가져온 옷, 창고 속에서 썩어가네요'

앞으로 3개월…일거리 가뭄 시달리는 개성공단 업체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대기업 유명 브랜드에 옷을 납품했던 개성공단 기업 A사 대표는 매일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힘들여 의류 완제품들은 개성공단에서 가져왔지만, 이미 철이 지나 제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없어 창고에 처박아 둔 지 며칠이 지났기 때문이다. 신제품 가격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협력사에 헐값에 넘길 수도 없다. 일거리가 생기는 12월까지 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한 심정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의류 기업 대부분이 극심한 일거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이 합의를 통해 빠르면 이달 초순부터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전망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기계도 못 돌리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가을·겨울 옷 생산은 모두 끝난 상태"라며 "9월부터 내년 봄·여름 옷에 대한 계약이 진행되겠지만 실제 공장을 돌리는 것은 12월부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겨울 의류 생산이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10월 말(겨울)까지는 완료돼야 제철에 맞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주요 바이어들은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가을·겨울 의류 생산에 차질을 빚자 일찌감치 제 3국으로 생산기지를 돌렸고, 생산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우리 기업들에게 남은 가을·겨울 의류 주문량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장 먹거리도 없는데 북한에서 가져온 의류 완제품 처리도 골칫거리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대기업 협력사들이 완제품을 제값에 매입해 주었으나, 중견·중소기업과 거래하던 업체들은 제값 매입을 보장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한 개성공단 CEO는 "그는 고생해서 가져온 제품들을 창고에만 넣어두고 있는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미 제 값을 받고 넘기기는 글렀는데, 헐값에 넘기면 제품이 싸게 시장에 풀려서 내년 신제품 판매에 타격을 받을까봐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롯데마트가 기업들의 완제품 재고 소진을 위해 오는 8일까지 특별기획전을 진행 중이지만 업체들은 정작 행사에 참가하기를 꺼린다. 유명 브랜드에 납품중인 개성공단 CEO는 "자체 브랜드도 아니고, 협력사에 납품하는 브랜드 제품이 특별기획전에 나가면 해당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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