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구황작물' 고구마, 미래산업 구한다

곽상수 생명공학연구센터장

가난한 사람들의 끼니를 해결하던 구황(救荒)작물 고구마가 최근 연구에서 건강식품으로 사랑받고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는 최고의 산업식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세계 7대 식량작물로서 세계 생산량의 80%를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다. 고구마는 식량뿐만 아니라 가축사료, 전분 등 각종 산업소재를 생산하며 고구마 전분은 소주의 주정(酒精), 냉면과 당면의 재료,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2007년 미국 공익과학단체(CSPI)는 건강에 좋은 10가지 슈퍼식품의 하나로 고구마를 선정했다. 2008년 미국 농무성(USDA)은 전분작물(감자ㆍ고구마ㆍ카사바ㆍ옥수수ㆍ사탕수수ㆍ사탕무) 가운데 고구마가 척박한 땅에서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일찍부터 고구마를 우주식물로 인정했다. 이렇듯 구황작물이나 겨울철 간식재를 생산하는 21세기 거리로 사랑받던 고구마가 식량과 사료를 넘어 전분과 바이오에탄올 등 각종 산업소최고의 산업작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고구마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이유는 고구마의 항산화성분 덕분이다. 모든 품종의 고구마에 비타민C와 비타민E의 항산화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황색과 자색 고구마에는 색소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과 안토시아닌이 각각 많이 들어 있다. 이들은 노화와 각종 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다.  올해는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조선 영조 39년(1763년) 10월 일본에 통신사로 가던 조엄(1719~1777)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발견하고 부산으로 들여와 재배를 시작했다. 동래 부사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그는 조선 후기의 경제사회적 혼란 속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들을 위해 고구마를 도입하고 재배법을 연구했다. 조엄 선생의 백성 사랑은 그가 저술한 통신사 사행록 '해사일기'와 범어사 입구의 '조엄 감사 송덕비'에 잘 기술돼 있다.  최근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화석에너지의 과다 사용으로 홍수, 가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소득 증대와 함께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늘면서 곡물사료의 수요가 증가하고 곡물을 바이오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세계 곡물수급 전망은 크게 나빠지고 있어 글로벌 식량대란이 우려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를 91억명(아시아 51억명ㆍ아프리카 19억명)으로 전망하면서 2050년에는 지금에 비해 에너지는 3~5배, 식량은 1.7배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빌게이츠재단은 최근 아프리카의 기근과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체 기반 고구마의 육종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고구마 재배면적의 약 42%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평균 고구마 생산수율(㏊당 약 5곘)은 아시아 평균(약 20곘)의 2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고구마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아프리카용 신품종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 고구마의 중요성에 비해 첨단연구는 선진국에서 중요하게 여겨왔던 밀, 옥수수, 대두와 같은 작물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 이제라도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건조한 사막화지역, 염분이 많은 연안지역, 중금속으로 오염된 지역 등 농사 짓기 힘든 한계농지에서도 잘 자라며 고부가가치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용 고구마를 개발한다면 인류가 당면한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산업용 고구마의 등극을 기대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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