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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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로터리에는 교통신호등 1개가 새로 설치됐다. 동부교육지원청과 혜성여중고 사이에 하나로 묶여 있던 신호를 별도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주변 교통상황을 감안해 신호운영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기하기 위한 조치였다. 반면 중구 정동 덕수초교 주변의 경우 회전식교차로가 조성되면서 기존에 있던 신호기는 철거됐다. 일상생활 중 수시로 맞닥뜨리는 횡단보도와 교차로의 신호등. 바쁜 마음에 신호기의 빨간불이 유달리 길게 느껴진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호등도 단순히 기계적인 패턴에 의해 운영되는 건 아니다. 그 속에는 교통량과 교통사고, 보행량, 주변시설과의 거리 등 정보에 기반한 과학과 원리가 숨어 있다. 올해 현재 서울시내에 운영 중인 교통신호기(신호등+신호제어기)는 5000여개 교차로에 3670여대. 2010년과 2011년 기준 3492개와 3592개에서 매년 100여개 정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 중에는 '이런 곳에까지 신호등이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곳도 있지만 교통신호기 역시 규정에서 명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곳에만 설치ㆍ운영될 수 있다.교통신호기의 설치조건은 '도로교통법시행령' 제7조에 관련 규정이 담겨 있다. 먼저 양방향 기준 주(主) 도로의 차량통행량이 시간당 600대 이상일 경우와 부(副)도로 통행량이 시간당 200대 이상인 곳, 횡단보도 보행자 통행량이 시간당 150명 이상일 때 신호등이 설치된다. 이 같은 교통상황이 하루 8시간 이상 지속돼야만 신호등이 세워질 수 있다. 여기에 교통사고가 연간 5회 이상 발생한 장소와 학교 앞 300m 내 통학시간대 차량 간격이 1분 이내인 경우,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출입구 인근 횡단보도에도 반드시 신호기가 설치돼야 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서울의 경우 교통신호기의 설치ㆍ관리는 서울시에서, 운영체계 결정과 단속ㆍ규제 등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관할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에는 해당 지자체장이 신호기의 설치ㆍ관리ㆍ운영을 모두 관장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하위 시행령에 해당지방 경찰청장에 일부 위임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이를 근거로 2006년 역할을 이원화하는 업무협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신호등의 신호순서와 주기 등은 어떻게 결정될까? 통상적으로 신호등은 해당지역 도로와 보행자 및 운전자 특성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및 전문가 의견 등이 포함된 '신호운영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차량 신호시간과 주기의 경우 양방향 도로용량과 교통량 등 현장여건을 중심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한 최적의 시간을 산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영찬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호운영계획 수립은 사전 자료조사와 시뮬레이션, 현장적용 및 보완 및 전문가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며 "안전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보행자와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계획 수립의 대전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각 시간대별 교통상황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탄력적으로 신호등을 제어하는 방식이 운영되기도 한다. '좌회전감응신호'가 대표적인데 이는 좌회전 대기차량이 없을 경우 좌회전 신호를 건너뛰고 직진신호가 들어오도록 하는 것으로,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와 관악구 숭실대 입구 등 일부 교차로에 적용되고 있다. 횡단보도 보행시간은 '보행진입시간(7초)+횡단보도 1m당 1초'를 원칙으로 정해진다. 어린이나 어르신 등의 보행이 잦은 곳은 '0.8m당 1초'로 더 시간을 넉넉히 주고 있다. 근래엔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가 강조되면서 횡단보도 대기시간을 줄이고 여유 있게 건널 수 있도록 차량신호 주기를 단축해 보행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보행자를 위해 차량신호를 1~2초 후에 부여하는 '한 박자 늦은 신호'도 점차 적용구역이 확대되는 추세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