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셔츠 사 왔는데, 왜 먼저 간거니…”

해병대캠프 사고, 공주사대부고 고 이병학, 이준형, 진우석, 김동환, 장태인, “집안과 학교의 자랑”

공주사대부고 대강당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한 학생이 먼저 간 친구들을 기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병학아, 준형아, 우석아, 동환아, 태인아! 미안하다. 미안하다.”23일 이른 아침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장례식장을 찾은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한 학생이 먼저 간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눈시울을 적셨다.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고(故) 진우석(17)군의 어머니 김선미(46)씨는 이 학생을 껴 안으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먼저 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보낸 부모의 안쓰러움이 묻혀나왔다.사설 해병대캠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고 이병학(17), 이준형(17), 진우석(17), 김동환(17), 장태인(17) 학생은 집안과 학교의 자랑이었다. 이병학군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참변을 당한 학생들의 수색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던 지난 19일 오후 7시10분쯤 마지막 실종자인 이군을 기다리는 유족들 얼굴에는 애달픔이 역력했다. 이미 4명의 아이들이 바다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날이 저물면 수색작업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군의 어머니와 누나는 해변에서 부등켜 안고 오열했다. “병학아! 어서 나와. 여기서 하루 더 있지마. 너 안 나오면 엄마 쓰러져” 누나의 외침이 시작됐다. 수사본부에 있던 이군의 아버지도 바닷가에서 함께 병학이를 불렀다. 가족의 목소리를 들어서일까.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수색헬기로부터 이군을 찾았다는 무전이 수사본부로 들어왔다.사고가 난 해안가에서 200m 떨어진 곳이었다.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이군의 어머니는 “경찰대를 목표로 공부했다. 범죄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며 이 군의 꿈을 이야기했다. 경찰이 꿈이었지만 이군의 어머니 눈엔 여리고 착한 아들에 불과했다. 이군은 어머니에게 “해병대캠프 다녀올게요. 건강히 조심히 갔다 올테니까 걱정마세요”라고 말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진우석군은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기자가 되길 원했던 진군은 어머니가 육사를 권하자 목표를 바꿨다. 진군은 농구를 좋아했다. 매일 밤마다 농구를 즐겼다. 진군의 어머니는 “축구는 같이할 사람이 필요하지만 농구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저녁이 되면 농구공을 갖고 운동하러 나갔다”고 말했다.어머니는 진군이 사고를 당하던 날 캠프에서 돌아오면 주려고 미국 NBA 농구팀셔츠를 샀다. 사고 뒤 진군을 찾아 바닷가를 오갈 때도 셔츠를 놓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갖고 싶어했던 것이라 만나면 줘야지 하는 생각에 늘 들고 다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진군의 어머니는 “입관할 때 교복을 입히고 그 위에 우석이가 좋아하던 농구셔츠를 올려주려 한다. 그러면 하늘나라에 가서도 좋아하던 농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동환군은 과학과 수학을 잘 했다. 대학에서 화학자가 되길 원했다. 김군은 어머니에게 “나중에 커서 난치병치료제를 개발하는 화학자가 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동환이는 듬직한 장남이었다. 엄마랑 얘기하길 좋아하고, 이것저것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부도 스스로 했다. 학원을 가는 것보다 집에서 공부하는 게 더 좋았다. 부모의 속을 썩인 적인 한 번도 없었다. 김군 어머니는 “동환이 한테 한 번도 공부를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동환이가 ‘이번에 성적이 안 나와서 죄송하다며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장태인군과 이준형군 어머니는 말없이 영정사진만 바라볼 뿐 아들을 보내는 마음을 어머니들은 그렇게 표현했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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