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인생을 바꿉니다…금융권 공모전 붐

필요한 부분 제일 잘아는 건 소비자…마케팅 효과ㆍ신상품 개발 일석이조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때를 만난 아이디어 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150여년 전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남긴 이 말은 2013년 대한민국 금융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금융권의 각종 공모전은 아이디어가 상품화되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IBK기업은행의 '2013 금융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기업은행은 내달 1일부터 9월27일까지 공모전 아이디어를 받는다. 예금과 카드, 대출, 보험, 증권 등의 상품은 물론 IBK금융그룹 발전을 위한 사업이나 서비스 분야도 가능하다. 올해 3회째인 이 행사는 금융권의 대표적인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업은행 공모전의 또 다른 특징은 지원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다는 점이다. 대학생이나 일반인, 외국인은 물론 고등학생도 지원 가능하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공모전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기업은행 입사에 특전을 준다는 것. 장려상 이상을 수상하면 기업은행 입사 지원 시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보통 기업은행에 입사할 때 서류전형 통과에만 약 15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혜택이다. 상금도 금융권 최고지만 실제로 대학생들의 경우 서류전형 면제라는 인센티브가 훨씬 더 크다고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서류전형 면제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며 "1, 2회 연속으로 참가하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응모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금까지 2회의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69명에게 입사 시 서류전형 면제혜택을 줬다. 이중 30명이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입사 전형에 지원했으며 3명의 최종합격자가 나왔다. 공모전이 아이디어를 통해 은행과 고객이 소통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은행 취업으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까지 한 것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대박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인생이 바뀔 정도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행장은 평소에도 "아이폰처럼 대박 상품이라면 10억원 포상금을 못 줄 이유가 없다"며 아이디어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자신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개발돼 세상에 나오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권 공모전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은행에서도 지난 2회 공모전을 통해 입상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카드 상품을 올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이 고객의 아이디어가 공모전을 통해 실제 출시되는 금융상품에 반영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스마트앱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당시 트렌드였던 스마트금융에 대한 고객들의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모전 진행 시 일반 앱이 아니라 금융에 한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까 의구심도 있었지만 한 달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수됐다"며 "금융 앱 개발에 공모전 수상 아이디어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금융권에선 공모전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다. 대형 시중은행 한 곳에서 1년 동안 내놓는 상품은 20개 안팎으로 대부분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다른 은행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이 잘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는 상품 개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공모전을 담당하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이 제안하는 아이디어에 귀를 여는 것은 마케팅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고객군별로 최적화된 상품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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