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그림'사는 '계모임' 들어보셨어요?

그림가격지수 개발한 최정표 건국대 교수"그림 사는 契모임 만들어 젋은 작가에 기회 제공"[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비싸다', '비자금의 통로', '부자들의 사치품'. 그림에 대해 우리사회는 흔히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그림과 친해지는 데는 뭔가 껄끄러운 구석이 많다. 수억~수십억원에 달한다는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세간에 회자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에 다가설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림 사는 '계(契)' 모임이 눈길을 끈다. 이 '그림계'를 조직한 이는 최정표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다. 경제학자가 웬 그림인가 싶겠지만 그는 2008년부터 '한국의 그림가격(KAPIX) 지수'를 개발해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 그림시장의 투명화를 부르짖어 왔다. KAPIX지수는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 옥션과 K옥션에서 낙찰된 작품 중 50대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계량 경제학적 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다. 그는 계를 결성한 이유에 대해 "'그림 좀 사보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사야할지 모르겠다'는 지인들이 주변에서 많았다. 그림 수집에 대한 공부도 되면서 적정 가격 수준에 신뢰할 수 있는 작품을 구입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계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그림계는 계원이 총 12명이며 한달에 한번씩 모인다.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 그림계가 시작된 건 지난해 1월이었지만 계를 조직하기에 앞서 3~4년간 모임을 갖고 미술사, 그림시장, 작품과 작가에 관한 공부를 해왔다.  계원들은 화랑 관계자들을 불러와 작품을 구경하기도 하는데, 화랑에선 3~4점 정도의 그림을 들고 나온다고 한다. 가격은 200만~300만원대로 상한선을 미리 정했다. 계원 한 사람씩 20만~30만원 수준의 곗돈을 매달 내면 한 사람씩 차례로 원하는 그림을 갖게 된다. 화랑에서도 이 모임을 반긴다. 이 모임에 나가면 무조건 한점은 팔 수 있고 나머지 작품들도 원하는 이가 있으면 팔게 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미술계 모임에 대해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도 주고 그림 수집의 경험을 확산하는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가격의 투명화'가 국내 미술시장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그림 투자 요령에 대해 전공을 살려 조언했다. "모름지기 투자란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재화에 대해 하는 것인데, 장기적인 투자 측면에서 이미 시장에서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블루칩 작가보다 신진작가에게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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