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기자
강금성 작가의 무릎담요 바람개비·색동 시리즈
애초에 강씨는 서양의 퀼트를 먼저 접했다. 30대 초반에 시작해 10년 정도 퀼트 작업을 하고 전시회도 수차례 가졌다. 천을 조각조각 잇고, 누비는 퀼트는 우리 전통 조각보와 비슷한 형태다. 한데 그 시절 늘 떠오르는 게 있었는데, 바로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운영한 한복집에서 봤던 것들이었다. 꽃무늬나 땡땡이 무늬보단 우리 한복에 나타난 색동이나 고풍스런 문양들에 자꾸 마음이 더 끌렸다. 외할머니가 뽕나무를 키우고 누에고치로 명주를 뽑아냈던 기억도 또렷했다. 강씨는 매일같이 동대문 한복집 구경을 취미삼아 다니게 됐고, 명주와 모시 등 우리 천을 가지고 옷도 만들게 됐다. 주변에서는 아예 가게를 내라고 아우성이었고, 그래서 종로구 삼청동에 작은 작업실을 열었다. 이때 그가 지은 옷들은 우리 천연섬유를 결합하고 한복 디자인을 차용한 생활복들이다. '설악산 풍경'으로 유명한 김종학 화백도 강씨에게 옷을 주문해 입었는데, 유명인사들이 그의 가게를 종종 찾았다. 한창 작업에 몰두하던 때 갑자기 목에 무리가 왔다. 병원에서는 잠을 잘 때 수건을 돌돌 말아 항상 목에 대라고 했다. 번뜩 누에고치를 베개 안에 넣었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기억을 계기로 천연 명주천을 두르고 그 안에 하얀 누에고치들이 가득 담겨 있는 목베개가 탄생하게 된다. 2002년 12월 삼청동에서 인사동 쌈지길로 가게를 옮긴 후 본격적으로 누에고치 목베개를 선보이게 되는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작고 세련된 디자인에 잠잘 때의 지압효과, 또 천연 재료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대단했다. 특별한 광고도 없이 입소문으로 알려진 그의 목베개와 옷, 이불은 일본에도 알려졌다. 도쿄 미드타운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던 한 인테리어회사에서 강씨와 계약을 해 그의 작품들을 가져가 팔기도 했다. 일명 '주름옷'으로 유명한 일본의 '이세이미야키' 패션디자이너팀도 강씨의 작품을 보러왔고, 국내 디자이너들도 그의 목베개와 이불들을 살펴봤다. 현재 그의 작품이 들어가는 매장은 인사동에서 옮겨져 서울역과 관훈동 인근에 두 곳에 자리해 있다. 강씨의 침구들이 알려지면서 해외로도 전시가 이어졌다. 강씨는 오는 9월엔 프랑스 정부에서 진행하는 '메종앤오브제' 공예전시에 두번째로 참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국공예전'에서도 그의 작품이 전시됐다. 강씨는 "전통 침구의 바람개비나 잣 문양, 원색의 색동, 은은하고 빛을 띠는 단아한 색상은 아시아권에서도 흔치 않은 우리만의 디자인을 이루고 있다"고 자부한다. 더욱이 이런 디자인들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내는 게 가장 큰 숙제다. 그래서 그의 실험은 끝이 없다. 그는 "상주명주, 한삼모시, 풍기인견 등 우리 소재를 더욱 알리면서도 여기에 실용성을 가미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2명으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점점 규모가 커져 현재 8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의상학과 출신 졸업생이나 재학생,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 강씨에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자 후배들이기도 하다. 그는 "침구 작업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삼칠일, 백일, 돌, 그리고 학교 갈 때 아이의 성장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듯 인내와 정성이 필요하다"며 "나 스스로도 갖고 싶고 평생 쓸 수 있을 만한 작품을 후회 없이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