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이빈섬 '바다를 굽는 노인'

꽃상가 아래 컴컴한 골목 바다를 굽는 사람이 있다열기 먹은 소금 통째로 뒤집힌 태평양이 등천(登天)을 한다등굽은 그를 지나노라면물밑바닥 어딘가 만난 안면이 있어지느러미 부딪친 기억이 있어그 선한 눈동자 깊은 주름파도 몇 자락 옆동네였을까낡은 빌딩 아래로 헤엄쳐온 소금입술로 뻐끔거리는 말없는 말비늘 몇 개 난반사하는 유월 뙤약고향을 자글자글 굽는 새우 옆에서깊이 모를 식욕이 아가미 벌럭인다바다밑 천당이 뒤집혀 전율하는 것이다검은 비닐봉다리 막 뜨거워진고등어의 육신 천천히 담을 때 이빈섬 '바다를 굽는 노인' ■ 구운 고등어를 좋아하는 이 식욕은, 어린 시절 궁핍이 심어 놓은 군침의 기억에서 왔으리라. 그 냄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노인은 봉지에 김치 몇 잎까지 넣어 준다. 소금기 헤치며 똑똑해진 살점을 젓가락으로 뜯어 올리면 더할 나위 없는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아무래도 내 족보 깊은 곳 어딘가에 바닷물이 흐르고 있지 않나 싶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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