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이길순 에어비타 대표
이길순 대표 "국내서 죽쑨 소형공기청정기, 수출로 살려낸 '엄마뚝심'"1인 기업서 작년 매출 38억 회사로..."미치도록 사랑하면 사업도 성공"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가정주부에서 여성 사업가로….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한번도 해본 적 없었다. 그 흔한 아르바이트 조차 경험이 없었다. 아내로서, 두 아이 엄마의 역할에 충실한 그저 평범한 주부였다. 가끔 운전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그녀가 13년이 지난 지금은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에어비타 대표로 변신했다. 2000년 10월 1인 창업으로 첫 발을 뗀 에어비타는 현재 독일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 30개국에 공기청정기를 수출 중이다. 전 세계인이 공기청정기하면 자연스럽게 '에어비타'라고 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이길순 대표의 꿈이다. ◆지하방에 탄생한 공기청정기에어비타를 공기청정기의 대명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는 그녀이지만 사업가로의 변신은 사소한 일로 시작됐다. 바로 빌라 반 지하에 살던 한 신혼부부의 아기가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모습이 안타까워 공기청정기를 사주려고 마음 먹었던 게 시작점이었다. 당시 그녀는 아기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한 대 사주려 했으나 400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포기하고 말았다. 얼마 후 일본에 사는 지인을 방문한 이 대표의 눈에 유독 띄는 가전제품이 있었다. 바로 주전자만한 공기청정기였다. "저 크기에, 저 가격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당장 소형 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마음을 먹자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본계 가전기업 연구원 출신 기술이사에게 한 손에 들 수 있는 작은 공기청정기 개발을 의뢰했다.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도 처분했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다 말겠지'라며 퉁명스럽게 봤다. 그럴수록 이 대표는 오기가 생겼다.오기 끝에 제품을 개발했다. 백열전구용 소켓과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첫 제품 네오골드는 공기청정기 본연의 역할은 물론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아이디어 제품이었다. 제품 개발을 끝낸 상황에서 에어비타를 설립했으니 성공할 것으로 자신했다.하지만 시장은 냉혹했다. 홈쇼핑 대형마트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유통채널을 찾아갔지만 한번에 거절당했다. 우여곡절 끝 방문판매 회사서 1000개를 수주했지만 마지막 사인 직전 실패했다. 경쟁업체서 기술도 없는 회사의 제품이라고 모함(?)한게 이유였다. 설상가상 3일 후 어음을 결제하지 않으면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계약을 파기하자는 말을 듣고 나오는 길에 우박같은 눈물을 쉼없이 흘렸다. 5층에서 걸어 내려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회사 건물에 도착해서도 사무실에 못 들어가고 11층 옥상에서 대성 통곡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108번 실패해도 늘 새로운 도전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가 안되면 해외에서 승부하겠다며 눈을 돌렸다. 독일 미국 일본 등 국외 선진국에서 관련 인증을 받고 조금씩 물량을 늘렸다. 다행히 국내보다 반응이 좋았다. 퀸텀점프(대약진)의 계기는 2005년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자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사그라졌다. 2006년 독일 QVC 홈쇼핑에서 한 번에 1만6000개 물량을 발주받기도 했다. 찬밥 신세였던 한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108번 실패한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정말 108번 더 실패했다. 그럴 때 마다 늘 실패하면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오늘 최선을 다해야 내일이 있지 않겠느냐."올해는 또 한번 사고(?)를 칠 생각이다. 지난 해말 목표로 삼았던 2013년 매출액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150억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월까지 이미 5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매출액(38억원)을 뛰어넘었다. 하반기 에어워셔 신제품을 출시해 국내 시장을 확장하고 러시아 중국 수출 물량을 추가하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이 대표는 "내년에는 300억원, 내후년에는 5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공기청정기를 겸비한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 제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아이디어 제품인데 비밀이다"며 "특허신청을 했고 내년 쯤 나올 것 같다"며 살짝 웃었다. ◆CEO 엄마, CEO를 꿈 꾸는 딸이렇게 공기청정기만을 생각하면 달려온 지 13년이 지났다. 딸은 어느 덧 직장인이 됐다. 아들은 군 제대 후 공부 중이다. 옆에서 이것저것 꼼꼼히 챙겨주는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이 대표는 "직접 챙겨주지는 못했지만 '하늘보다 땅보다 우주보다 더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루에도 열번씩은 했다"며 "그 말이 아이들한테 에너지가 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도 오전 9시 회의 전 홍콩에서 직장 생활 중인 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한다. "사업 초기 힘들 때 자녀를 보면서 버텼다. 포기하고 싶을때 아이들과 통화하면서 포기하면 안되겠구나 했다. 포기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사업가의 엄마 옆에서 때론 내가 좋으냐, 에이비타가 좋으냐며 투정을 했던 자녀는 이제 같은 CEO의 꿈을 꾸고 있다. 이 대표는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도 창업할 것 같다"며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어떤 사업을 할 진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미치도록 사랑하면 성공한다이 대표의 딸처럼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대뜸 "사랑에 빠지라"고 했다. 특별하지 않은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사랑 덕분이었다. 일 할 때는 물론 잠을 자기 직전에도 에어비타만 생각했다. 미치도록 사랑한 결과 오늘날의 에어비타가 탄생한 것이다.그녀는 "사랑하는 상대방이 아프다고 버릴 수 있느냐, 모자란다고 무시할 수 있느냐"면서 "아프면 간호하고 모자라면 채워주는 게 사랑인 것처럼 사업 역시 그렇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누군가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평범함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덜 사랑하면 망하고 목숨걸고 사랑하면 모두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신제품이라며 자랑스럽게 내민 달팽이 모양을 본뜬 '뉴 S-에어비타'에는 그의 고백이 담겨 있었다. 마치 뜨거운 사랑 고백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길순 대표는>= ▲1964년 경북 영주 출생. ▲2006년 한국항공대학교 법학과 졸업 ▲2000 10월 에어비타 개인 설립 ▲2003년 에어비타 법인 설립 ▲2005~2006년 고양시기업인협의회 감사 ▲2005년 한국여성발명협회 이사 ▲2013년 현재 에어비타 대표이사 겸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한국벤처협회 이사 *에어비타는 어떤 곳…올해 300% 성장,150억 매출 목표
지난 2003년 10월 법인이 설립된 에어비타는 소형 공기청정기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295% 성장한 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 30개국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30%에 달한다. 소형 공기청정기로는 세계 1위다.수상 경력도 하려하다. 2005년과 2008년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과 디자인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2008년엔 대통령상과 세계 지적 재산권 협회 기업인상도 받았다. 현재 에어비타의 대표 제품은 '에스에어비타'다. 청정 지역에서만 사는 달팽이 형상을 본떠 만든 에스에어비타는 음이온을 방출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게 특징이다. 필터를 교체할 필요 없이 한 달에 한 번 공기정화부를 물로 씻어내면 돼 유지비도 저렴하다. 전기요금은 한 달에 100원 안팎에 불과하다. 가격은 10만원대 초반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은정 기자 mybang21@<ⓒ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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