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허도환 '추락 속에도 기회는 있더라'①

[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시즌 전 넥센의 최대 고민은 포수였다. 지난해 주전으로 기용된 허도환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염경엽 감독은 그 대신 박동원에게 눈길을 보냈다. 8개월여가 흐른 현재 주전은 여전히 허도환이다. 좁아진 입지를 각고의 노력 끝에 스스로 극복했다. 그 비결을 살펴봤다. 다음은 허도환과 일문일답지난 시즌에 비해 팀 내 입지가 탄탄해졌다.여전히 하루살이다. 언제 2군으로 내려갈지 모른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오히려 기량이 향상된 듯한데. (박)동원이가 실력을 끌어올리면 다시 백업을 맡아야 한다. 강진(2군)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내가 (박)병호나 (강)정호와 같은 간판급 선수는 아니지 않나. 실력도 아직 한참 부족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그래도 팀이 21일 현재 58.2%(32승1무23패)의 승률로 2위를 달린다.솔직히 그 점은 마음에 든다. 주전으로 나선 많은 경기를 이겼다. 프로에게 팀 승리보다 값진 가치는 없다. 이길 수만 있다면 나의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돼있다.타격이 지난 시즌에 비해 향상된 듯하다. 지난 7일 목동 KIA전에선 박지훈을 상대로 홈런도 때렸다.홈팬들 앞에서 홈런을 쳐 기분이 좋았다. 처음엔 타구가 뻗는 걸 보고 2루타인 줄 알았다. 열심히 뛰고 있는데 심판이 콜을 해줘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이재영(SK) 선배로부터 한 개를 때렸는데 올해도 일단 한 개를 쳐놓아 다행이다(웃음).요즘 타격감은 어떤가. 아주 별로다. 최근 다시 잡아가고 있다. * 편집자 주 : 허도환은 4월 한 달간 타율 0.400을 뽐냈으나 6월 13경기에서 0.188로 부진하다.

[사진=정재훈 기자]

오프시즌 타격 탓에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겨울 내내 좋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는 물론 시범경기까지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팀 내 유일한 무안타 타자였다. 계속 맞질 않으니까 나중엔 야구에 소질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왜 그렇게 부진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기간 경쟁자로 꼽힌 박동원은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게 아닐까.그럴 수도 있겠다. 자신감을 많이 잃었으니까. 그런데 개막전 두 번째 타석 만에 안타를 때렸다. 이후 한참을 뛰지 못하다 브랜든 나이트의 선발경기(4월5일 대전 한화전) 때 3안타를 쳤고. 어떻게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나.스프링캠프 때부터 허문회 타격코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배트가 침묵할 때마다 ‘너는 어차피 지난해 1할대(0.195) 타율을 쳤으니 그 이상만 쳐도 성공이다. 부담을 갖지 말아라’라고 했다. 조언 덕에 스트레스를 덜 받다 보니 타격감이 자연스레 좋아졌다. (박)병호의 조언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이밍을 잡는 노하우를 알려줘서 그대로 따라했는데 그때부터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참으로 영특한 친구다.스프링캠프로 다시 돌아가 보자. 왜 부진했다고 생각하나. 김동수 배터리코치의 공백이 컸던 것 같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코치진에 합류하셔서 의지할 곳이 사라졌단 느낌을 받았다. 방황 탓에 김필중 2군 배터리코치가 고생을 많이 했다. 어깨가 좋지 않았는데 공 던지는 양을 조절해주는 등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본격적으로 공을 던진 건 일본 스프링캠프부터였다. 그 덕에 시즌을 온전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필중 코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박동원이 일찌감치 주전포수로 낙점을 받았다. 그 점이 적잖게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다. 사실 염경엽 감독에게 스프링캠프 전 따로 미리 얘기를 전달받았다. 다음 시즌 동원이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거라고. 지난해 성적이 바닥에 가까워 당연한 결과라고 여겼다. 그런데 며칠 뒤 내가 경기를 뛰지 못한단 기사가 계속 나왔다. 당황스러웠다. 야구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기자들이 그런 글을 써 더 기분이 언짢았던 것 같다. 솔직히 백업으로 뛰는 게 문제가 되겠나. 그라운드를 오래 누비는 게 개인적인 바람인데.

[사진=정재훈 기자]

스트레스를 꽤 많이 듯하다.한동안 방송 관계자나 기자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관련한 질문을 받을 것 같아서.경쟁 관계지만 사실 박동원과 무척 돈독한 사이다.서로 많은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친해졌다. 동원이는 참 성격이 좋은 친구다. 함께 지내다보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게 된다. 서로 어떤 얘기를 주로 주고받나.볼 배합이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시야를 넓힌다. 특정 투수와 볼 배합이 어땠는지 따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선배라서 조언을 많이 해줄 것 같다.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많이 얘기한다. 특히 우리가 주눅이 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단 점을 강조한다. 많은 분들이 우리 팀 포수진을 약하다고 여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도 다른 팀 못지않다고 확신한다. 특히 도루 저지가 그렇다. 나나 동원이 모두 괜찮은 어깨를 지녔다. 제구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도루 저지는 여러 가지 상황이 감안돼야 하는 기록인데 많은 분들이 이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②편에서 계속이종길 기자 leemean@정재훈 사진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스포츠부 이종길 기자 leemean@사진부 정재훈 사진기자 roz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