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조세피난처 문제가 국제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영국 국세청(HMRC)이 세금회피에 연루된 자국내 은행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은행들의 세금 탈루를 막고 준법경영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조세행동강령'을 마련했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알리스테어 달링은 대형은행들의 탈세 의혹들로 여론이 들끓자 이 강령을 제안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역시 금융권 조세회피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은행들의 적극적인 강령 준수를 촉구하고 나섰다.영국 국세청의 이번 명단 공개는 이같은 행동강령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조세피난처와 국제 탈세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추진됐다. 특히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제도, 버뮤다 등 영국의 해외영토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히면서 영국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북아일랜드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직접 나서 조세회피 근절을 위한 국제협약 체결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국세청은 이번 조치가 은행들의 조세 투명성 향상과 공공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은행들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항소에 대한 법적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명단이 공개될 경우 해당 은행들이 입을 손실이 크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로펌인 핀센트 메인슨의 레이 맥캔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의 조세회피와 관련된 논의가 지나치게 과열된 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명단이 공개된 은행들은 대중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톤 로스 풀브라이트의 루이스 히긴바텀 조세변호사는 "이번 조치에는 대상 은행들에 대한 법적 구제 방법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국세청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국세청은 "이번 명단 공개는 조세회피에 대한 은행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공개된 은행들은 충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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