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김신욱, 헤딩에 목숨을 거는 이유

김신욱 [사진=정재훈 기자]

[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위 하늘은 김신욱의 차지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7차전. 196㎝의 장신은 상대 수비진 틈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수중전으로 치러진 90분 경기 내내 거의 모든 공중볼을 따냈다. 덕분에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김신욱이 보여준 압도적 제공권에 찬사가 이어졌다. 동시에 비난도 적잖았다. 가장 중요한 득점이 없었기 때문.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해 더욱 그랬다. 이날 전반 12분이 대표적이었다. 이청용의 침투 패스를 받은 노마크 상황, 논스톱 오른발 슈팅은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그를 향해 '헤딩만 잘하는 선수'란 쓴소리가 쏟아졌다.사실은 그 반대다. 김신욱은 좋은 발재간 못지않은 헤딩력을 갖춘 선수다. 정성룡·김영광 등 골키퍼들은 "김신욱의 헤딩은 발로 차는 것처럼 날아온다"라고 평가하면서도 "키가 크면 발이 무디기 마련인데, 신욱이는 헤딩보다 발재간이 더 좋다"라고 혀를 내두른다. 지난해 6월 카타르전에서 오른발로 터뜨린 A매치 데뷔골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넣은 7골 가운데 절반 이상인 네 골을 발로 넣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학창시절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등을 두루 거친 덕분이다. 그만큼 발기술이 좋다. 오히려 헤딩은 공격수 전환 뒤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 공격수의 헤딩과 미드필더-수비수의 헤딩은 질적으로 다른 탓이었다. 비디오 분석과 개인훈련을 매일 같이 반복하는 부단한 노력 끝에 지금의 헤딩력을 갖추게 됐다. 이제는 머리가 아닌 발로 보여줄 차례가 아닐까. 13일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 김신욱은 "울산에서 처음 공격수로 뛰었을 때도 처음엔 헤딩만 따낼 뿐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차츰 여유가 생기면서 내 플레이가 나오고 발로도 골을 넣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만큼, 더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대표팀 경기에만 주목한 '헤딩 밖에 못하는 공격수'란 비난이 억울하진 않을까. 앞으론 좀 더 발재간을 부리고 싶지 않을까. 이어진 답변에선 그의 정신자세가 빛났다.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도리어 사명감을 가졌다. 김신욱는 "어떤 경기라도 제공권 장악에서 밀리는 팀은 진다"라며 "공중볼을 따내야 다른 플레이도 잘 할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청용, 이근호, 손흥민 모두 헤딩이 장기인 선수가 아니다"라며 "내가 헤딩에서 상대를 이겨줘야 그 선수들도 살아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내가 대표팀에서 첫 번째 할 일은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발로 골을 넣는건 그 다음 문제"라고 '헌신'을 강조했다. 답변을 마치고 돌아서 씩씩하게 걷는 모습. 등 뒤에서 보내줄 수 있는 건 믿음직스럽다는 시선뿐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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