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르포]'결사반대' 모자 쓴 청중…항의집회 같은 주민 설명회

박근혜표 '행복주택' 목동 시범지구.. 교통혼란·학교과밀 등 문제제기"임대주택만 행복하면 됩니까" 뿔난 民心에 당혹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정책목표가 뚜렷하지만 실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임대주택 건립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표 행복주택'이든 '박원순표 임대주택'이든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최근 열린 행복주택 공청회와 설명회에서는 인근 주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공영주차장과 고가도로 밑 등을 활용해 짓는 서울시 임대주택 건립에 대해서도 비상대책위가 곳곳에서 만들어지며 반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구과밀화와 이에 따른 교통난 악화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적잖은 것이다. 이를 두고 한켠에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 무턱대고 반대하고 나서는 '님비(NIMBY)현상'이라고 폄하는 이들도 있다. 재고주택의 5.2% 수준인 90만채에 불과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200만채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순항하려면 이런 갈등을 원활하게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임대주택 추진 현장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13일 목1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설명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13일 오후2시 목1동 주민센터 3층에서 열린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설명회'는 12일 열린 행복주택 공청회처럼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교통체증과 학급 과밀, 유수지 수해 등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모여든 주민들은 원망 섞인 말들을 토해냈다. 한 50대 남성은 "교통문제는 어떡하고 또 학교는 어떡할거냐"며 "애 안낳는 사람만 입주시킨다는데 이건 말이 안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행복주택을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우리도 행복하고 싶다. 내일부터 세금 안 내겠다. 세금 내기 아깝다"고 소리쳤다. 주민센터 3층에서는 주민들이 붉은 색으로 '목동행복주택 결사반대'라고 적힌 어깨띠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주민들 대부분이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를 착용해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마치 집회장소를 연상케했다.설명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 행복주택 정책 개요 설명 중 50대 남성은 "인터넷에서 다 봤고 알고 있으니 우리 질문이나 들으라"며 고성을 질러 발표를 중단시켰다. "우리는 (행복주택을 건설)하지 않는 것만 원한다"거나 "계획 입안자 실명을 밝히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설명회에 모인 주민들이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를 쓴 채 앉아있다.

또다른 주민은 "유수지 바로 옆 공원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괴로워하는데 바로 옆에 집을 지으면 행복이 오겠느냐"며 "탁상행정(으로 대상지구를 결정)한 것"이라고 소리높였다. 또 "목동중학교 한 학급에 몇 명인지 아느냐"며 "2800가구 단지에 학교를 안 짓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만 입주시키더라도 나중에 애를 가지면 어떡할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하이페리온에 거주한다는 50대 주민은 "중학생 딸이 있는데 한 학급당 인원이 40명이고 양천구 전체적으로 학급과밀이 심각하다"고 전했다.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자 선정 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고 학급 과밀문제는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 교육청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유수지 수해 우려에 대해서는 "유수 용량을 확대하고 기능을 보강해 그 시설을 계속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펌프 용량을 늘리는 등 기술적으로 보완해 복개한 다음 서울시, 소방방재청 등의 검증을 거치겠다"고 보충 설명했다.한진주 기자 truepear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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