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휴일 직전 국내외 증시는 비교적 큰 폭으로 흔들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부각됐고, 일본 총리의 성장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었다. 내부적으로는 STX그룹 관련 이슈도 낙폭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 7일 시장 전문가들은 악재가 중첩되면서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구간이지만, 실질적으로 기존의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최근 코스피의 약세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의 글로벌 증시대비 가격 및 밸류에이션 매력,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에 대한 신뢰도, 국내 경기부양책과 통화정책에 힘입은 경기회복 기대감 등 펀더멘털 요인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 회의 등 정책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어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출렁일 수 있겠지만, 풍부한 유동성 환경과 유로존 경기 모멘텀의 조합은 여전히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북한과의 화해모드 역시 재료가 부재한 시장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5일 코스피 지수 하락의 원인 중 한 가지는 일본 총리가 발표한 성장정책이 실망스러웠다는 점이다. 노동 시장의 구조 개혁이나 원전의 재가동, 법인세율에 대한 문제 같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시키는 정책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이와 같은 안건들이 배제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다음달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고용이나 원전과 같이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언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이후 보다 구체적인 성장정책에 대한 논의들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성장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소멸이 아니라 이월된 것으로 판단한다.미국 양적완화(QE)의 조기종료에 대한 우려도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매파 성향의 연준 인사 발언, 경제지표의 호조 등은 반복적으로 QE 축소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QE의 조기축소 실행 조건을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라고 전제하면 아직 QE에 대한 우려를 가지는 것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고용 지표의 회복 속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느린 상황이며, 질적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QE 조기종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BOJ 회의가 다음 주 초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QE를 비롯해 주요국 정책 공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유동성 환경은 지속될 듯하다. 유럽지역의 전향적인 태도는 유럽 및 중국 지역의 경기 모멘텀을 회복시키는 소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2000 돌파가 삼일천하로 끝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총 네 번의 2000 돌파와 안착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4월 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코스피를 2000까지 밀어올렸지만 또다시 안착에 성공하지 못했다.지난 1년간 코스피는 말 그대로 차트대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트에서 투자 심리는 지지선과 저항선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3월 고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선(저항선)은 매도세의 힘을 나타내며, 2011년 10월 저점에서 올라오고 있는 선(지지선)은 매수세의 힘을 나타낸다. 코스피는 이 두 개의 강력한 힘에 갖혀버린 상태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국내 경기민감업종과 경기방어업종의 단기 주도권이 역전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방어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올들어서는 경기민감업종(Tiger ETF)과 경기방어업종의 주도권이 1~2개월을 주기로 바뀌고 있다. 현재는 경기민감업종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상태다. 이달 들어 경기민감업종의 가격은 비싸졌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기술적 변화가 발생했다. 두 업종의 상대 지수가 채널 상단을 돌파했는데 이는 경기민감업종의 추세적 강세 전환 가능성을 암시하는 기술적 신호다.◆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유럽중앙은행(ECB)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로존 경제가 올해 말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기준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0.5%에서 -0.6%로 하향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1.1%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예금금리 등의 카드도 나오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 위원들이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리는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이를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저금리 장기대출(LTRO)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긍정적인 입장에서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BS 매입에 관해서는 유럽투자은행(EIB)과 태스크포스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대책을 단기간에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결국 유럽발 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오는 20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으로 미뤄졌다. 20일 회담에서는 예금자 보호, 유로안정화기구(ESM) 은행 직접자본확충과 성장 정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독일 9월 총선 등을 고려할 때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유럽 펀더멘털 회복이 시장 본격 반등을 위한 변수가 될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펀더멘털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 대출 회복이 시급하다. 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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