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6일 크리스티 홍콩 '아시아 미술' 봄 경매 열려홍경택 '연필 1', 9억6000만원에 낙찰[홍콩 =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섬세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외국 컬렉터들이 흥미로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질적으로 좋은 작품이 시간이 가도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국에서의 마케팅이 부족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와 미술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지난 25~26일까지 홍콩 완차이에 위치한 홍콩컨벤션센터 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아시아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을 주제로 한 상반기 미술경매가 열렸다. 크리스티 홍콩에서 해마다 주요경매로 열리는 봄, 가을 경매 중 하나다. 이 기간 동안 크리스티 홍콩에 소속돼 우리나라 작품을 선별하고 홍콩 경매장으로 옮겨와 프로모션하고 있는 정윤아 크리스티 아시아미술 스페셜리스트(사진·여·43)를 만났다. 그는 뉴욕에서 갤러리스트, 한국에서 미술관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로 14년 동안 일한 후 최근 2년 전부터 크리스티 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 스페셜리스트는 인터뷰 내내 우리 미술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우선 그는 "이번 경매출품작이 700점에 육박하는데 우리나라는 30여 점뿐"이라면서도 "숫자만 보고 단순하게 우리미술이 국제적으로 위상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컬렉터들의 우리 작품에 대한 반응은 꽤 진지하고 긍정적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중국 국민들이 자국미술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작품을 사들이고, 마케팅하고 정부차원에서 미술교육과 산업을 진흥시키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면서 "국내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국제시장에서도 우리 작품들이 더 대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술이 여전히 '어두운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는 "다수의 애호가들은 적은 비용을 들여 그림을 구입하고 향유하면서 정당하게 세금도 낸다"면서 "경매에 나오는 작품들도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그림을 감상하고 투자하는 것이 자꾸만 탈세혐의나 비자금 창구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정 스페셜리스트는 올 부터 고가 미술품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양도세 도입에 대해 "계속 미뤄지다가 처음 실시가 돼 시장에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적응이 될 것"이라며 "많은 국가에서 그림에 세금을 매기고 있지만 대신 정당하게 사고 기부하면 혜택도 풍부한데 이같은 당근책을 만들어 국내미술 시장이 커져가길 기대한다"고 답변했다.경매가 개최된 이달 마지막 주 홍콩은 처음 개막한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홍콩'과 홍콩 중심부 곳곳에서 열린 소규모 경매, 호텔아트페어로 한 주 내내 풍성한 미술잔치가 열렸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미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미술품 판매규모로 중국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 설립한 크리스티 홍콩도 아시아 미술만을 특화해 경매를 진행한 것이 9년 정도가 돼 간다. 아시아 미술을 국가별로 소개해왔던 것에서 지난 2011년부터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합쳐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정 스페셜리스트는 "시간이 갈수록 이 경매가 아시아 미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판매하는 주요한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기간 동안 출품된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는 홍경택 작가의 대형작품 '연필 1'이 663만홍콩달러, 우리돈 약 9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5월 같은 곳에서 648만홍콩달러에 판매된 바 있다. 이외에도 이번에 청바지를 소재로 한 최소영의 '부산 영도대교'가 135만홍콩달러에 낙찰됐으며, 강형구의 극사실초상화 '녹색의 먼로'(Monroe in Green)가 147만홍콩달러에,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인 '해커 뉴비(Hacker Newbie)' 123만홍콩달러,'비디어트(Vidiot)'는 111만홍콩달러에 판매됐다. 이 경매에서 가장 고가에 팔린 작품은 중국 작가 산위(常玉)의 '투 스탠딩 누드'(Two Standing Nudes)로 4467만홍콩달러(약 65억2800만원)에 아시아 개인 컬렉터에게 낙찰됐다.홍콩 =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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