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점에서 모델들이 곡면 O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시장 선도에 나선 LG전자가 '세계 최초'의 덫에 걸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시장 선도 전략에 따라 세계 최초 제품을 잇따라 내놓긴 했지만 시장 형성이 미뤄지면서 의미가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및 곡면 OLED TV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OLED TV 시장이 본격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출시한 55형(인치) 평면 OLED TV는 현재까지 4개월간 200여대가 팔렸다. 하루 평균 1.7대 정도가 팔린 셈이다. 같은 크기의 LED TV가 한대에 250만원 정도 하는 점을 감안하면 55형 LED TV가 하루에 7대 정도 팔린 셈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시판에 들어간 곡면 OLED TV 판매 추이도 OLED TV와 비슷한 상황이다. 곡면 OLED TV의 경우 가격이 1500만원으로 준중형차 한대 값이다. 얼리어답터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가격이다. 이처럼 OLED TV의 초반 판매량이 저조한 실정이지만 LG 측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애초에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시판에 들어간 게 아니라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앞서 제품을 내놓는 데 목적을 뒀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함이지 많이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LG전자 관계자는 "곡면 OLED TV 판매 추이는 올 초 평면 OLED TV가 나왔을 때랑 비슷하다"며 "매장에서 반응이 나쁘지는 않지만 판매량이 많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켄 박 디스플레이서치 연구원은 최근 논평을 통해 "LG전자가 곡면 OLED TV 출시를 서두른 것은 세계 TV 및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를 의식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LG전자가 앞서 출시한 평면 OLED TV 생산도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판매량도 적은 편"이라고 부연했다.곡면 OLED TV 역시 생산효율(수율)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LG가 일단 국내에서만 OLED TV를 출시한 이유다. 너무 많이 팔려도 물량을 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OLED TV 시장이 본격 형성되는 시기는 삼성전자가 해당 제품을 내놓고 상호 경쟁을 통해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간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율 등의 문제로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삼성은 내달 중 평면 및 곡면 OLED TV를 시판할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OLED TV를 출시하고 나면 그때부터 LG와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LG가 세계 최초라는 위치를 선점하긴 했지만 OLED TV 시장 자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큰 의미를 두긴 힘들다"고 말했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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