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박, 대북정책 주도권 챙겼다'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미국의 외교 전문가와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과 강력한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미 외교협회(CFR),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방미 성과 평가'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체로 이런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스콧 스나이더 CFR 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신뢰외교'를 통해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실제로 이 문제에서 박 대통령은 미 정부보다 더 많은 정치적 공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한ㆍ미 정상회담 내용이 불쾌할 것이고 이는 결국 회담이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6자회담 미 수석 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한미 양국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을 높이 평가했다.힐 전 차관보는 "두 정상이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모든 기준이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빅터 차 CSIS 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더 광범위한 지역의 미래 비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과 연결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미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양국 간 가장 어려운 협상이 있다면 이 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진행을 맡은 에이브러햄 김 KEI 부소장이 "박 대통령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보다 영어를 더 잘했다"고 조크를 던지자 빅터 차 연구원도 "영어 연설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호응했다.CBS 방송은 박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뒤 일정한 보상을 받아온 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제 악순환을 끊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 대북 긴장을 완화하려는 청사진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타임스는 정상회담 이전까지 미 정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구축 정책이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정책이 내 접근법과 매우 유사하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북한 핵 해법과 관련해 북한의 변화된 행동을 먼저 요구한 오바마 정부의 기조와 같은 입장을 천명하면서 이런 우려가 해소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김근철 기자 kckim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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