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3위 대기업집단인 STX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지난달 채권은행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STXㆍSTX엔진ㆍSTX중공업ㆍ포스텍도 지난 주말 채권은행들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에 채권은행들이 어제 회의를 열어 이번 주말까지 은행별 서면동의 절차를 거쳐 자율협약 승인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회사채 상환 지원 문제 등을 놓고 일부 이견이 노출되고는 있으나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채권은행들로부터 당장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을 받는 대신에 자산매각ㆍ사업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30대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에 대한 연례 재무구조 평가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알려진 바로는 5~6개의 대기업집단이 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상태라고 한다. 주로 조선, 해운, 건설 등 불황업종에 집중된 대기업집단이 약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자율협약에 비해 채권은행의 개입 정도가 낮지만 기업이 구조조정 계획을 채권은행에 약속하고 이행하는 의무를 진다. 최근 경제흐름에 비추어 이러한 대기업 구조조정은 차질 없이 철저하게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이 이어진 가운데 엔저의 영향으로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이런 때 덩치 큰 대기업이 갑자기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숨겨왔던 부실의 실상을 노정시킨다면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채권자의 입장에서 대기업 재무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와 적시 대응 체제를 갖추고 채무기업 재무구조를 상시 점검해야 한다. 채권은행들이 이번에 STX그룹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앞으로의 대기업 구조조정에 일종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기업별ㆍ자산별로 옥석 가리기를 하여 살릴 것은 확실하게 살리되 정리할 것은 단호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돼야 할 것이다. 행여 원칙이 모호한 처리로 대마불사라는 말이 다시 나오게 하면 안 된다. 기존 대주주나 경영자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일을 소홀히 하여 기업경영의 도덕적 해이에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됨은 물론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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