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재정·통화 양동 정책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법도 수정하는 구조 개혁까지 더해 가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의 디플레 탈출에 목숨을 건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감한 부양 조치에 시장 관계자들은 찬사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늘어날 정부 일본 정부부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내년에는 2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재정적자 추가 확대를 막을 수 있는 제어장치가 하나 마련돼 있다. 바로 소비세 인상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부양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이 안전장치마저 봉인 해제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최종 종착지가 혹 일본 경제의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총리가 부채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말라(Don't mention the debt)'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세 인상 방안 조차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나타냈다.집권 자민당은 야당이었던 지난해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에 8%로 올리고,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는데 협력키로 했다. 당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비세 인상안에 대해 '성전'(聖戰)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소비세 인상은 결국 지난해 11월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궤멸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추가 세수는 13조5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은 2010년 국채 비용을 제외한 제외한 재정수지를 뜻하는 기초 재정수지 비율을 2015년까지 GDP의 3.2%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고 소비세 인상을 통해 달성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양 일변도의 아베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재정적자 문제는 뒤로 밀렸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도 포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아베 총리는 의회에서 자신이 반드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2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후 소비세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권에서 경제재정상을 역임했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결정한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재무부 관계자도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은 정부 재정적자를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플레 탈출에 목숨을 건 아베 입장에서는 '쇠 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아베 입장에서는 당장 일본 재정적자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고 일본 국채를 보유한 대부분은 자국민들이다. 게다가 BOJ도 대규모 일본 국채 매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부채 규모가 너무 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 세수의 절반은 국채 비용을 감당하느라 소모되고 있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일본 자국민들이 국채를 사주고 있지만 일본의 고령화를 감안하면 조만간 그 여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는 은퇴와 저축·소득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바는 또 만약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마저 포기한다면 일본 투자자들 조차 자신들의 일본 국채 투자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일본 자국민의 불안감이 극대화돼 국채 투자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일본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일본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부에서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당장 집권 자민당에는 코앞에 선거가 다가와 있다는 점에 부채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일본 재정정책위원회는 내달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놓을 계획인데, 7월 참의원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대규모 재정 감축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병희 기자 nut@ⓒ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