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비수기인 4월에 전력 수급 비상이 걸렸다. 경북 경주의 신월성1호 원전이 고장으로 멈춰 선 그제 예비전력이 한때 400만㎾ 아래로 떨어졌다. 전력 성수기인 겨울에도 좀처럼 없던 일이다. 전력 당국은 급하게 전력 수급 경보 '준비(예비전력 500만㎾ 미만~400만㎾ 이상)'를 발령했다. 민간 발전기를 동원하고 전력 수요가 많은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추는 등으로 고비는 넘겼지만 이번 사태를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때아닌 봄철 전력난은 계획예방정비와 고장 등으로 가동을 멈춘 원전이 많아 생산 전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고리1호, 울진2호 등 4기가 이달 초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다. 신월성1호, 울진4호 등 5기는 고장으로 멈춰 서 있다. 원전 23기 가운데 9기(791만6000㎾)가 가동 중단 상태다. 전체 원전 용량 2716만㎾의 29%에 이르는 규모다. 허술한 수요 예측이 화를 불렀다. 전력 당국은 통상 4~5월은 전력 수요가 적다고 보고 계획예방정비를 이 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봄가을이 짧아지고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는 등 수년 전부터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올해 역시 '늘 하던대로' 정비에 들어갔다. 이상기후 변화에 맞는 수요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부실한 관리도 문제다. 툭하면 고장이다.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올 들어서만 신월성1호, 울진1호 등 모두 3개다. 특히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이달 3일 재가동한 고리4호기는 하루 만인 4일 중단, 10일 재재가동, 14일 다시 중단 등 열흘 사이 두 차례나 가동을 중단했다. 원전 관리와 점검을 어떻게 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현재 멈춰 있는 원전 가운데 6월 전에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울진2호기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7~8월에야 가동이 가능해진다. 여름철 상당 기간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더구나 올해는 더위가 빨리 올 것이라고 한다. 자칫 고장 나는 원전이 하나라도 더 생긴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한여름 이전인 6월에도 전력 위기는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국은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앞두고 불랙아웃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급 대책을 재점검하고 철저한 관리로 원전 가동에 이상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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