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의 사생활 - 4장 낯선 사람들 (79)

“근데 말이야, 저수지 너머에 송사장인가 하는 작자가 나타나 지금 한창 개발공사를 하고 있다며...? 콘돈가 뭔가를 짓는다고....”염소수염 사내가 갑자기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몰러. 지금 한창 온통 산을 깍아내고 뒤집고 지랄일세. 뭐 대규모 위락시설을 들여온대나 어쩐대나.... 그러면 동네가 확 달라질 거라며 떠들고 다녀. 주민 동의서 도장도 받고.... 노인네들은 거진 다 넘어갔어.”“그래? 송사장인가 하는 작자는 이전에 건설사 하다가 부도를 맞고 감옥까지 갔다 왔다고 하던데... 그런 인간이 무슨 꿍꿍이속으로 여기에다 대규모 위락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건가?”오줌 누러 왔다가 방귀 뀌고 간다고 사내는 펌프 고치러 온 원래의 목적은 까맣게 잊은 양, 엉뚱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글쎄 말이야. 알고 보면 자기도 여기에 연고가 있대나 뭐래나. 근데 그 인간 인상부터가 곱지가 않더라. 눈이 꼭 단추구멍만 한 게 사람을 게눈처럼 옆으로 힐딱힐딱 쳐다보는 품이 아주 사기꾼 같았어. 지난 가을부터 검은 세단차 몰구 풀방구리 드나들듯 하는 꼴이 수상쩍더라 했더니.... 하여간 자기 말로는 개발만 되면 서울도 가깝고 해서 편의시설도 들어오고 땅값도 오르고 하루 아침에 동네가 천지개벽할 거라고 하더만. 그것 땜에 다들 들썩거리면서 동네가 반쪼가리가 날 지경이라니까. 찬성하는 사람들이랑 반대하는 사람들이랑.....”“츳. 예전에 한창 골프장 들여온다고 난리쳐대 쌓더니...... 서울 가깝고 저수지 있겠다 계곡까지 끼고 있으니 그렇기도 할걸세. 근데 그 송사장이란 인간이 윤재영이 하고두 먼 친척된다는 말도 있던데.....?”“응. 자기 아버지두 예전에 여기 살구골에서 좀 살았대.”“둘이서 무슨 썸씽이 있는 건 아닌감?”“에이, 무슨 소릴....”그러면서 운학이 하림의 눈치를 흘낏 보았다. 윤여사와 하림이 모종의 관계가 있으리란 지레짐작 탓일 것이었다. 하림은 괜히 얼굴이 받혀서 쓴 웃음이 나왔다.“그건 그렇구 이층집 영감 딸이 전도사람서....?”사내의 말머리가 다시 이층집 영감 딸로 넘어갔다.“응.”“미인이람서...?”염소수염이 음흉한 웃음을 달며 말했다.“미인은 무슨.... 그저 그렇지.” “조심하게나. 자네 꼴을 보니까 벌써 반쯤은 넘어간듯 싶구먼.”“벨소릴....!” “근데 그 여자랑 송사장이랑 대판 싸움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송사장이 기도원 지으려고 사놓은 영감 땅까지 파헤쳐 놓았다고....”“자네 어째 그리 잘 아능가?”“수도 공사 한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들은 이야기지, 뭐.”“알면 면장이라더니 자네가 면장이구먼. 사실은 그것 땜에 골치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곧 큰 싸움이 벌어지겠어. 서로 소송한다 하고 난릴세.” 하림이 듣건말건 둘이서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핸드폰에서 전화 왔다고 알려주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생뚱맞은 릴니리 뽕짝이었다. 염소 수염 사내는 얼른 다 마신 커피 사발을 쟁반에 던져두고, 예비군 얼룩무늬 잠바에서 전화기를 찾아 꺼내었다.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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