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日정치를 지배해 온 미국의 음모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국의 대일정책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냉전기처럼, 아무튼 미국말을 듣고만 있으면 된다는 시대는 이미 20년 전에 끝이 났다. 아무리 입장이 곤란해도 일본이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은 주장해야 하고, 미국의 이해를 얻을 필요가 있다." 36년간 일본 외무성 고위 관료로 재직한 저자는 이렇게 미-일 관계의 이면을 폭로(?)하고 있다. 그는 앞서 '일본의 영토분쟁'이란 책을 발간한 데 이어 이번에도 위험한 이슈를 들고 돌아왔다. 우리말로 번역되기 전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정치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20만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책은 1945년 패전 후의 현대 일본사를 미국에 대한 자주파와 친미파 간의 대립구도로 해석했다. 미국이 일본 내 친미파를 육성하고 정ㆍ재ㆍ학 관계에서 헤게모니를 잡도록 했다는 게 핵심이다.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을 당시 일본은 연합군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인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저자는 그때부터 일본이 실질적인 미국의 군사 식민지가 됐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미국 추종의 수렁속으로 빠져들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본 전후사를 '뼛속깊은 친미'에 기반을 둔 요시다 시게루와 '자주적인 일본 우선'을 품은 이시바시 탄잔, 두 정치 거물의 노선 간의 대결로 바라봤다. 자주노선을 주장하다 미국과 틀어진 거물급 정치인들이 권력에서 쫓겨나고 심지어 의문사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음을 구체적인 사료와 외교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시바시 총리는 패전처리비 삭감을 주장하다 공직에서 추방됐고 시게미쓰 외상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다 의문의 급사를 당했다. 더욱이 일본의 검찰과 언론이 대미 자주파를 대미 추종파로 바꾸는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또 1950년대 이후 일본경제의 고도성장 역시 일본의 자립적인 성취가 아니라 미국의 냉정시대의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도 비슷한 시각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점차 민족주의 경향으로 짙어지며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계획을 추진하다 미국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 내정에 개입한 사례는 일본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며 미일관계를 통해 한미관계의 교훈을 얻기를 촉구했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마고샤키 우케루 지음/문정인 해제/양기호 옮김/메디치 출간/값 1만8000원>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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