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우리가 잘 아는 썬키스트, FC바르셀로나, AP통신, 서울우유 등은 모두 협동조합이거나 협동조합 브랜다. 지난해 말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에도 조합 설립이 붐을 이룬다. 최근엔 1인출판협동조합도 탄생했다. 이처럼 협동조합 설립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우리 협동조합의 현실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책은 드물다. 김성오 '협동조합 창업지원센터' 이사장이 쓴 '우리, 협동조합 만들자' 등 몇몇 관련도서가 등장, 독자들의 손에 들려졌을 뿐이다. 그러나 곧 협동조합 형태의 창업이 확대되면서 관련 서적 출판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 때가 되면 독자들의 목마름도 다소 가실 것이다.이번에 신성식 아이쿱 생협 대표와 차형석씨의 인터뷰 형태로 진행된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는 협동조합을 모색하는 사람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만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쿱 생활협동조합'에 대해 진지하게 다룬다. 20여년간 협동조합 현장에서 일해온 신성식 아이쿱대표의 의견은 현실적인 조언으로 읽혀진다. 영세한 지역 생협에서 출발해 조합원 17만여 명, 연 매출 3450억원 규모의 아이쿱 생협을 일구면서 겪은 경험도 생생하게 들려준다.저자는 "백만장사를 꿈꾸는 사람은 협동조합을 해서는 안 된다"는 덴마크 협동조합 사람의 얘기를 전하면서 "협동조합은 오랜 신뢰를 기반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 사람만이 협동조합에 나서야한다"고 충고한다. 신 대표 역시 "협동조합은 나와 내 핏줄로 이뤄진 생존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내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아직 한국 사회는 가족이 흔들리는 자리에 이웃이 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협동의 문화는 멀기만 하다"고 말한다.신대표는 또 "협동의 문화를 새롭게 일구기 위해서라도 협동조합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신대표는 쇼핑 행위가 거대기업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그에 대한 비전도 뚜렷하다.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노동자는 개개의 생산과정에서는 예속돼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오히려 자본의 우위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따라서 자본과 대결할 수 있는 힘이 쇼핑에는 숨어 있다. 아이쿱 생협이 CJ, 농심, 롯데 등 거대 식품회사와 겨룰 수 있는 규모에 도달하면 거대기업이 독과점적으로 가격을 좌우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신대표는 더 많은 이들이 쇼핑의 힘을 모을 때 윤리적 소비와 윤리적 생산을 촉진할 수 있는 협동조합 생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비전을 내놓는다.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가의 힘/신성식·차형석 지음/알마 출간/값 9000원> 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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