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손흥민, 최강희 호 지각변동 예고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모두가 무승부를 예상했다. 정규시간 90분이 지나고 맞은 5분여의 인저리 타임. 비기기 작전으로 일관하던 상대는 노골적 지연행위로 시간을 끌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관중이 속속 늘어났다. 심판의 종료 휘슬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순간 마지막 기회는 찾아왔다. 후반 50분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이동국(전북)이 회심의 발리슈팅을 날렸다. 빗맞은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을 향했지만 이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겼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 그곳엔 손흥민(함부르크)이 있었다. 손흥민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와 홈경기에서 극적인 '버저비터' 골로 대표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6분 이근호(상주)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짧지만 인상 깊은 활약으로 벼랑 끝에 몰린 '최강희 호'를 구했다. 2년여 만에 대표팀에서 일궈낸 값진 결실이다. 손흥민은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인도와의 조별예선 3차전에서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린 이후 한동안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연일 주가를 높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일각에선 코칭스태프가 제대로 된 기회를 주지 않는단 비판이 불거졌다. 원톱과 측면 공격수, 선발과 조커 사이 활용여부를 두고 최강희 감독의 고심은 깊어졌다. 예상대로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맞았다. 카타르의 밀집수비는 생각보다 견고했다.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후방으로 내려와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유일한 활로는 측면공격. 선발로 꺼내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카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몸놀림은 다소 무거웠고 상대 수비를 흔들어줄 예리함이 부족했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자 관중석에선 손흥민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바꿔줄 해결사를 바라는 외침이었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순간 찾아온 기회. 그 15분은 짧지만 강렬했다. 손흥민은 교체 투입 직후 기다렸다는 듯 측면을 휘젓기 시작했다. 날샌 드리블 돌파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더니 체력이 떨어진 상대 수비 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침묵했던 A매치 2호 골까지 쏘아 올리며 대표팀을 향한 비판을 한 방에 잠재웠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한껏 자세를 낮춘 소감이었지만 상기된 표정까진 숨기지 못했다. 손흥민은 "다소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그 쪽으로 공이 날아올 것 같았다"며 득점 장면을 회상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해 마음이 조급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제 몫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최강희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가 워낙 좋아 손흥민의 교체 타이밍이 늦어졌다"면서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골까지 넣었다. 좋은 활약이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의 선전으로 향후 대표팀의 전술 운용에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가오는 레바논, 우즈베키스탄, 이란전 역시 밀집수비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까닭. 빠른 발과 감각적인 드리블, 공간 침투 능력을 겸비한 손흥민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득점까지 성공시켜 선발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단 평이다. 한정된 공격진에 정해진 패턴으로 고심하던 '최강희 호'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됐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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