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투자자들 본거지 이전 등 검토...유럽 은행들 계좌개설 등으로 유치열올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키프로스 정부와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어떤 합의에 도달하든 키프로스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키프로스와 이른바 트로이카는 키프로스 구제금융에 원칙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안은 공개되지 않았다.NYT는 이같은 합의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는키프로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키프로스는 그동안 금융시장 안정과 낮은 법인세율,기업 친화적인 은행 여건,강력한 법치를 기반으로 세금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경제번영을 유지해왔다. 지난주 발표된 은행 예금에 대한 과세,법인세 12%로 인상 등 구제금융 잠정안은 세금피난처 지위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안정성’을 날려버리고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 또 키프로스 정부와 트로이카가 조건을 협상하는 동안 대규모 자금인출 사태인 뱅크런을 막기 위해 은행영업이 정지되고 계좌가 동결되면서 세계 최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인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와 회계법인 KPMG,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러시아 루크오일 등 수백곳의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회사자금 260만 달러와 최고경영자의 개인자금에 대해 세금을 물게 된 애비드 라이프의 키스 랄론데 최고경영자(CEO)는 “한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울분을 터뜨렸다.이에 따라 일부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해운업 등 키프로스에 투자한 기업인들은 유럽의 다른 나라로 기업 이전을 고려하고 있고 일부는 관망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키프로스에는 약 5만명의 러시아인들이 있으며 이들은 키프로스 은행에 310억 달러를 예치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키프로스는 인구 86만명에 국내총생산(GDP)이 230억 달러에 불과해 러시아인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이미 독일과 스위스,라트비아 등 유럽 곳곳의 은행들은 키프로스내 러시아 올리가르히 등 거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 시간내 은행계좌 개설’올리가르히 회사 직원들의 계좌개설 추가 등을 약속하며 대리 변호사에 접근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온 수천 명의 변호사와 비서,회계사, 키프로스 최대 은행인 라이키은행과 뱅크오브키포르스 직원들은 곧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동구권 부호를 대리하는 리마솔의 한 변호사는 “동유럽,러시아의 사업에서 키프로스는 0.5%나 0.6%의 수수료를 받는데 유럽은 이제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고 비난했으며 니코시아의 한 변호사도 “키프로스에서 하면 돈세탁이고 영국에서 하면 아주 점잖은 돈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키프로스는 외국인 기업들 외에는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밖에 없어 러시아 기업인 등 외국인들이 떠날 경우 심각한 피해를 모면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은 “누가 여기에 오겠는가.그들은 자기 관에 못을 박았다”면서 “키프로스인들은 하루 아침에 자기 나라를 죽였다”고 이구동성으로 키프로스정부를 비난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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