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이 가시 뽑아 저 가시 박기?

업체 "하자보수·공기 지연 등 국가 재정 낭비" 주장일부선 "업계 기득권 지키기" 의견도정부, 이르면 내달 개정안[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지난 1월28일 세종시 청사는 때 아닌 물난리를 겪었다. 건물 내부의 스프링클러 배관이 터지며 물이 새나온 것이다. 원인은 배관이 불량해서가 아니었다. 건축물 시공사와 별도의 통신공사 업체가 천정에서 작업을 하다 배관을 건드렸고 이음새 부분이 약해져 있다가 수압을 못 이겨 사단이 벌어진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건설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가 자칫 건설시공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품질과 하자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분리발주'를 상반기 내에 의무화하겠다는 정부방침에 반발하고 있다.분리발주란 건축물을 예로 들면 건축공사 외에 소방설비, 통신, 전기공사업자를 따로 선정하는 것처럼 기계설비도 별도로 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개념이다. 건설업계는 지금도 여러 업체에 소속된 종사자들이 시공을 하는 탓에 번잡스럽고 시공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업종을 분리해 사업을 맡기는 것은 현실을 잘 모르는 소치라고 지적하고 있다.1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공사 분리발주 원칙 법제화에 대해 "인수위에서 적극 추진한다고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께서 부처별 100일 계획의 세부추진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만큼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르면 4월께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서 지난달 1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에서 전문건설업계가 건의한 13건의 건의사항 중 하나인 '전문업체 공공공사 직접참여를 위한 대규모 공사 분리발주 원칙 법제화'를 상반기 중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에 담긴 공공공사시 일괄발주를 원칙으로 하되 분리발주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개정, 정반대인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이다. 관련 법안이 상반기 중 법제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선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까지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부처뿐 아니라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하자 책임 불분명, 공기 지연 등에 따른 국가 재정 낭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1000억원짜리 공사를 현행대로 종합건설업체에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게 되면 70% 중반대 낙찰가율에 따라 공사대금이 투입된다. 하지만 300억원 미만 공사의 경우 통상 낙찰가율이 80% 중반인 점을 감안, 1000억원짜리 공사를 공종별로 분할해 발주하면 공사대금은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정부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종별로 분리발주를 하게 되면 입·낙찰, 계약 등 비용 증가뿐 아니라 원도급자의 계획이나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기재부와 협의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업계의 목소리도 입장에 따라 차이가 크다. 종합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초비상 상황이다. 건협 관계자는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정부가 급하게 추진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면서 "문제점을 최대한 알려서 합리적인 법 개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분리발주 원칙 법제화를 건의한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 법령에 일괄수주를 원칙으로 하게 돼 있어 발주기관이 소극적으로 법령을 적용, 소규모 전문건설업체들의 피해가 컸다"면서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기존 건설시장의 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시장 혼란만 가중될까 우려스럽다"면서 "그 동안 지적된 종합건설사와 하도급업체 간 문제는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강하게 처벌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이 개정된다면 공공공사의 성격에 따라 일괄발주와 분리발주를 해당 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민찬 기자 leem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이민찬 기자 leemi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