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지연되면서 정부 각 부처 차관들이 흔들리고 있다. 실무를 총괄하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차관이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행정 처리가 지연돼 일선 공무원은 물론 민원인들까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7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정부 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차관들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차관들은 부처 업무와 운영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나 장관 인사 확정에 이어 대부분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전임 정부의 차관들을 중심으로 한 부처 운영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각 부처의 차관들은 퇴임 후 자리를 알아보는 데 바쁜 형편이다. 일자리를 찾은 차관들도 이미 마음은 곧 일하게 될 곳으로 떠난 지 오래다.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3월까지 근무가 불가피하게 돼 한 달치 월급(800여만원)을 더 받게 됐지만 사실상 '불로 소득'이 되고 있다. 실제 한 정부 부처의 경우 1차관은 모 대학 총장으로, 2차관은 정부 출연 연구원 원장으로 내정됐는데, 간단한 결제 외에 중요 행정 업무에서 손을 놓은 지 이미 오래다. '신세 진' 사람들이나 앞으로 '잘 보여야 할' 사람들과 식사 자리를 잡느라 분주할 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조율래 제2차관은 이날 사실상 '퇴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환경부 윤종수 차관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신제윤 차관은 '마음을 비운'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라 분리ㆍ신설되는 부처들은 기존 부처들과 달리 차관 등 내부 구심이 없어 업무 처리 지연에 따른 민원인들의 불만 등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분리되는 국토해양부가 대표적 사례다. 국토해양부는 부처 조직도 바뀌고 이에 따른 내부 인사도 진행해야 한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안도 만들어 놨고 실ㆍ국장 및 실무진 인선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및 서승환 장관 내정자 인선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정이 지연되면서 후속 작업도 잠정 중단됐다. 조직을 추스르고 부처 분리 및 내부 인사를 진두지휘해야 할 차관 자리가 공백 상태인 점은 조직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새 정부 코드에 맞춰 정책을 손질하고 장기 과제 등도 논의해야 하지만 방향을 잡아줄 차관들이 없으니 아예 손을 못대고 있다. 시급한 주요 업무 과제도 실ㆍ국장 전결로 처리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는 등 행정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업무 파행은 3월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국토부의 한 공무원은 "실ㆍ국장 인사도 어떻게 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니 중요한 업무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행정업무 차질에 대한 민원인들의 불만을 피부로 느낄 정도다. 빨리 모든게 마무리 돼 일에만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기존 명칭ㆍ업무가 그대로 이관되는 부서의 사정은 좀 낫다. 하지만 장ㆍ차관, 공무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물러나면 차관도 같이 물러나는 게 관행이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며 "직원들의 관심이 누가 차관에 임명될지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 한 관계자도 "우리는 업무 변경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다"면서도 "이변이 없는 한 내부 승진이 될 것 같지만 차관 인사에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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