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희 엔터톡톡]류승완 감독이 영화 ‘베를린’을 통해 한국형 액션 종합 선물 세트를 완성해 냈다.그 중심에는 하정우라는 배우가 있었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하정우에게 잠재됐던 액션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류 감독 자신도 ‘베를린’으로 그간의 액션 한(恨)을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하정우는 그동안 스무 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보여줬다. 찌질남에서 연쇄살인범, 조폭 보스, 냉철한 변호사,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 잘나가는 강남의 호스트까지, 하정우는 서로 비슷한 캐릭터 없이 연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하지만 그동안 액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어도 하정우에게 정통 액션극은 ‘배를린’이 처음. 특히 이 영화는 첩보, 격투 액션, 총격 액션신을 포함한 종합 액션물이라 할만 하다. 왜 이제야 액션 영화에 도전했을까 할 정도로 ‘베를린’에서 하정우의 액션 연기는 훌륭했다.류승완 감독은 하정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표정”을 꼽은 바 있다. 그 역시 제대로 된 하정우의 액션 연기는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손발을 맞춰온 배우들을 포기하고 ‘하정우 카드’에 모험을 건 이유는 일종의 ‘도전’이 아니었을까.류승완 감독의 필모를 살펴보면, ‘도전’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사에서 ‘액션’ 장르를 논할 때 류승완 감독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소위 ‘개싸움’에서부터 ‘무협 액션’ ‘정통 격투 액션’ ‘코믹 액션’에 심지어 권투 영화까지 도전해 봤다. 하지만 할리우드 키드 세대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법한 ‘할리우드식 첩보 액션물’은 ‘베를린’ 이전에 없었다.
이전 작품들이 류 감독의 로망인 종합 액션물을 위한 실험작이었다면 ‘베를린’은 그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첫번째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성공적인 결과물의 가장 큰 공로자는 배우 하정우라 단정짓고 싶다.이 영화에서 액션 장면의 백미는 단연 표종성(극중 하정우의 배역) 집안에서 펼쳐지는 총격 액션과 이어지는 맨주먹 혈투신.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이 액션신은 할리우드 어떤 액션 명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또 영화 말미 하정우와 류승범이 펼쳐지는 일출 직전의 갈대밭(혹은 보리밭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대일 대결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이 그간 쌓아온 액션의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다시 결론으로 돌아와서, 류 감독과 하 배우는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면 한다. 좀처럼 성사되기 힘든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와의 만남이 아니라, 자칫 놓치고 지나갈 뻔한 서로의 ‘액션 본능’을 관객에게 끄집어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 액션스타 하정우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하다.홍동희 기자 dheehong@<ⓒ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홍동희 기자 dheehon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