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엔저 무차별 공세, 줏대있게 대응하자

미국ㆍ유럽연합ㆍ일본 등 주요 국가의 돈 풀어대기와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의 충격파가 한국 경제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에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들락거리며 주가와 환율이 요동침은 물론 수출이 감소하고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실물경기도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일본이 작심하고 밀어붙이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환율전쟁 속 유럽계 핫머니 등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며 환차익을 거뒀다. 그 와중에 28일 19원이나 올랐던 원ㆍ달러 환율이 어제는 11원 빠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이자가 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석유류와 자동차, 전기전자 등 한국과 일본의 50대 수출품목 중 52%가 중복된다. 가속화하는 엔저 현상이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감소했다. 한국과 일본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ㆍ현대차와 소니ㆍ도요타 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그 영향으로 주요 상장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이 엔저 정책을 1년 이상 밀어붙이면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간단치 않다.  한ㆍ일이 환율전쟁의 최대 격전지인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태다. 아무리 정권 이양기라도 너무 허술하다. 국제 핫머니의 장난을 막고 환율이 널뛰지 않도록 가능한 정책 수단을 적극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대놓고 '한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달러당 100엔이 적정선'이라고 말한다. 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수출기업들이 고환율 훈풍을 타고 손쉽게 장사를 해 온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환율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며 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 기술과 품질 등 가격 이외 부분에서 다른 나라 제품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언제까지 원화 약세에 기댈 것인가. 줏대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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