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 모토로라 스마트폰 공짜 수준에 판매...통신사 재고 물량 7만여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빗댄 '버스폰'에 이어 이번에는 '떨이폰'이다.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 사업을 철수하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가 고사양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면서 이동통신사가 막바지 재고떨이에 나선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들은 온ㆍ오프라인에서 HTC, 모토로라 등 외산 스마트폰을 공짜 수준에서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출시한 지 적게는 1년 많게는 2년이 다 되가는 구형 3세대(3G) 스마트폰들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외산 스마트폰 재고 처리가 고스란히 통신사 부담이 될 뻔했지만 제조사가 통신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본격적으로 외산 스마트폰 재고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HTC '이보 4G 플러스'는 월 3만4000원짜리 요금제를 일주일간 이용하면 기기값 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모토로라 레이저, 아트릭스도 비슷한 조건에 구입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중고폰으로 되팔면 오히려 이익이 남을 정도다. SK텔레콤과 KT는 현재 남아 있는 재고 수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양사를 합쳐 모토로라 재고가 4만여대, HTC 재고가 3만여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가 본격적으로 재고떨이에 나선 것은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 사업을 속속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HTC가 지난해 한국 법인을 철수한 데 모토로라도 다음달 국내 사업에서 손을 뗀다. 소니는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소니MC코리아)를 올해 1월1일부터 소니코리아에 합병하는 등 사업부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결국 통신사로서는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에서 완전히 나가기 전에 하루빨리 악성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제조사가 다음달부터 대작 스마트폰을 속속 출시하는 것도 외산 스마트폰 떨이 판매를 부추겼다. 팬택은 다음달 국내 최초 풀HD 스마트폰 '베가 넘버6 풀HD'를 출시한다. 6인치급 풀HD 대화면에 국내 최초로 뒷면 터치 기능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4'와 LG전자 '옵티머스 G 프로'도 3, 4월부터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전부 풀HD 대화면, 쿼드코어 이상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300만화소 카메라, 롱텀에볼루션(LTE) 통신 등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지원한다. 결국 대작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인 지금이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외산 스마트폰 물량을 밀어낼 수 있는 막바지철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국내에 아트릭스를 출시하자 SK텔레콤과 KT가 서로 높은 혜택을 주겠다고 다투던 게 불과 2년 전"이라며 "외산 제조사가 국내 제조사의 빠른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외산 스마트폰이 떨이폰 신세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외산 휴대폰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아이폰5가 국내에 출시되기 전인 지난해 1~11월까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외산 제조사의 점유율은 5% 미만이다. 2011년 약 15%에서 크게 감소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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