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불산 누출 사고 글로벌 기업까지

[아시아경제 ]또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27일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이 새 나가 한 명이 숨지고 4명이 치료를 받았다. 경북 상주와 충북 충주에서 염산과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게 불과 며칠 전 일이다. 5명이 숨진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난 지도 채 5개월이 안됐다. 툭하면 터지는 유독물질 누출 사고에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는 산업현장의 위험물질 관리와 사후 수습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사는 불산이 액체 상태로 누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이를 즉각 경찰이나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경미한 유출'로 자체 판단하고 10시간여 동안 방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글로벌 대기업답지 않은 안전관리다. 사고 처리 과정도 문제가 많다. 직원들에게 유출 사실을 알리지도, 대피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숨진 작업자는 방제복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누출량이 극소량이라는 당초 설명도 현장 조사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체적으로 수습하겠다며 쉬쉬하다가 작업자 1명이 숨진 뒤인, 26시간 만에야 유관기관에 신고했다. 불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누출됐는지, 신고는 왜 늦게 했는지, 사후 대책은 적절했는지 등을 확실하게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국의 허술한 위험물질 관리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 화성사업장은 환경부가 지정한 녹색기업이어서 그간 지방자치단체의 유독물질 지도점검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경기도가 특별점검에 나섰지만 당시 '안전' 판정을 내렸다. 사고가 날 때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극독성 유해물질의 누출은 인명과 환경을 파괴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유독물질을 다루는 화학공장은 화약고나 다름없다.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될 일이다. 잇달아 터지는 누출 사고는 분명 근본 원인이 있다. 너나 가릴 것 없는 안전불감증이다. 사고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현장의 위험물 관리 현황을 전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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